오쿠모의 플래시백 2
우에시바 리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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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내리사랑 치사랑 다음에는



《오쿠모의 플래시백 2》

 우에시바 리이치

 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19.8.31.



  아이는 어머니를 얼마나 좋아할까요. 또 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할까요. 어머니는 아이를 얼마나 아낄까요. 또 아버지는 아이를 얼마나 보살필까요. 어느 누구보다 좋아할 만한 어버이하고 아이 사이일는지 모릅니다. 멀리서 찾을 사랑이 아닌, 보금자리에서 늘 마주하면서 어우러지는 사랑일 수 있어요.



“굉장하다, 미노루! 어느새 엄마를 번쩍 들어올릴 정도로 커버린 거야?” (18쪽)



  오늘 어른 자리에 선 사람이라면, 어느 쪽에서는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있으면서, 다른 쪽에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해 봐요. 우리가 이 땅에서 한삶만 누리지 않았다면, 태어나고 죽기를 숱하게 되풀이했다면, 오늘은 내가 어버이 자리에 있다지만, 어제는 내가 아이 자리에 있었겠지요. 서로 자리를 갈마들면서 다시 태어나고 죽기를 이어왔는지 모릅니다. 그냥 하는 내리사랑 치사랑이란 말이 아닌, 오래도록 이어온 숨결을 그리는 내리사랑 치사랑일 수 있어요.



‘내가 어릴 때 그렇게나 엄마를 좋아했었나? 아버지의 기억은 자주 보면서, 왜 자기 기억은 안 떠오르는 거야?’ (29쪽)



  일찍 죽은 아버지가 ‘오늘 내 나이’였을 무렵 어떻게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살았는가를 문득문득 ‘오늘 머릿속으로 환하게 보는’ 아이가 있답니다. 이 아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는 《오쿠모의 플래시백 2》(우에시바 리이치/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19)입니다. 아이로서는 무척 일찍 떠난 아버지여서 변변하게 섞인 말이 없다지만, 불쑥불쑥 번쩍하고 떠오르는 ‘아버지 예전 모습이자 삶이자 몸짓’을 느끼면서 ‘아, 우리 아버지가 예전에 그런 일을 겪으며 이런 마음이었구나’ 하고 알아차립니다.


  이때마다 아이가 물어요. ‘그런데 내가 여기서 뭘 어쩌라고?’ 하고요. 그렇지요. 일찍 떠난 아버지가 살았던 모습이 왜 갑자기 떠오르는지 아이는 아직 모릅니다. 어떻게 그런 모습이 생각나는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둘은 핏줄이 하나인걸요. 같은 피가 흐르는걸요. 비록 이승하고 저승으로 갈렸어도 마음은 늘 하나로 만나는걸요.



‘정말로 관찰 때문에 입는 걸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이것저것 입어 보는 게 즐거운 것 같은데.’ (64쪽)


“생일이라고 해서 굳이 돌아올 필요는 없는데.” “그럴 수는 없지. 너랑 같이 생일을 축하하는 것도 얼마 안 있으면 못 할 텐데.” “어?” “지금까지는 둘이 서로의 생일을 축하했지만, 너도 곧 자기 생일은― 여자친구가 생기면 그 아이랑 보내게 될 테니까. 엄마도 그랬는걸.” “엄마도?” (88∼89쪽)



  돌고도는 삶이기에 《오쿠모의 플래시백》에서 어머니하고 아이가 만나는 자리는 참으로 오래된 삶자리일 만합니다. 어제하고 닮았으나 오늘하고 똑같지는 않은, 어제하고 다르지만 오늘하고 맞물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짓는 하루입니다.


  더 생각해 본다면, 어제 내가 어머니요 네가 아이였든, 오늘 내가 아이요 그대가 어머니이든 대수롭지 않아요. 아끼는 마음이라면 넉넉합니다. 돌보는 눈길이라면 따스합니다. 어루만지면서 달래는 손길이라면 반갑습니다.


  스스로 넉넉하기에 스스로 웃을 줄 알아요. 스스로 따스하기에 스스로 사랑으로 피어납니다. 스스로 반갑게 맞이하고 노래하니 스스로 활짝 깨어나면서 눈부십니다.



“아까는 흙탕물 막아줘서 고마워. 미노루.” (128쪽)


‘모처럼 아침 차려 준 건데. 내가 너무 심했나. 돌아가면 엄마한테 사과해야지.’ (170쪽)



  어머니는 다르면서도 같은, 닮았으나 다른, 곁님하고 아이를 마주합니다. 아이는 아버지하고 다르면서도 같은, 닮았으나 다른, 이런 두 갈래가 섞인 눈빛으로 어머니를 마주합니다.


  우리 삶은 늘 새롭게 사랑인 줄 느끼도록 흐르지 않을까요. 우리 하루는 언제나 사랑스러운 줄 알아차리도록 피어나지 않을까요. 우리 오늘은 어제를 그리고 모레를 꿈꾸는 기쁜 춤짓이 되도록 찾아오지 않을까요.


  아이가 자랍니다. 어버이도 자랍니다. 아이가 노래합니다. 어버이도 노래합니다. 다같이 한마음으로 삶을 가꿉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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