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조던 - 아름다움의 눈을 통해 절망의 바다 그 너머로
크리스 조던 지음, 인디고 서원 옮김 / 인디고서원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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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90 : 플라스틱을 버렸으니 플라스틱을 먹지


《크리스 조던》

 크리스 조던

 인디고서원

 2019.2.18.



하와이에 사는 사람들은 미드웨이섬을 ‘피헤마누’라 부르는데, 이는 하와이어로 ‘우렁찬 새소리’라는 뜻이다. (22쪽)


부모는 알을 깨는 것을 도와주는 대신 노래를 불러 주고 부드럽게 밀어주면서 토닥일 뿐이다. (36쪽)


어미새가 모르는 사실은 배 안에 든 먹이에 독극물과 날카로운 것들이 함께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들은 새끼의 연약한 뱃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44쪽)


제가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얻은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슬픔을 느끼라는 것입니다. (77쪽)


여러분 주위에서 나의 존재에 대한 억압이 시도 때도 없이 가해질 겁니다. 집중해서 잘 들어 보면 내가 아니라 사회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의 목소리입니다. (90쪽)



  우리 집에서 열세 살을 누리는 어린이는 새를 즐겁게 그립니다. 날아오르는 새를 보고는 아직 척척 그리지 못하지만, 나뭇가지에 앉은 새를 바라보면서 착착 그려냅니다. 아침 낮 저녁으로 언제나 새가 노래하는 집에서 살아가니 척 보면 어느 새인지 알아차리고, 무엇을 하며 어떤 열매를 즐기는지도 알아요.


  요즈막에는 노랫소리를 듣고는 “아, 이 새로구나.”라든지 “저 새가 무슨 일일까?” 하고 말합니다. 아주 마땅한 일인데, 새는 찍찍 짹짹 깍깍 하고 울지 않습니다. 늘 다르게 소리를 낼 뿐 아니라, 새마다 소리가 달라요. 우리는 이 다른 새를 얼마나 다르다고 여기면서 만날까요?


  사람이 새한테 무슨 짓을 일삼는가를 사진으로 담아서 온누리에 알린 이야기가 흐르는 《크리스 조던》(크리스 조던, 인디고서원, 2019)을 읽습니다. 새를 사진으로 찍는 이분은 아름답거나 멋스러이 날아오르는 새도 사진으로 찍지만, 새가 먹이인 줄 알고서 삼킨 플라스틱 쓰레기를 사진으로 낱낱이 찍습니다.


  새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는 섬에서 새하고 동무나 이웃으로 같이 지내면서 그곳에서 그만 죽고 만 새를 보면 배를 가른다지요. 아니, 배를 가를 일도 없다지요. 어느새 죽고 말아 살점이 사라진 주검을 보면 새뼈 한복판에 그동안 삼킨 온갖 플라스틱하고 비닐이 잔뜩 있대요.


  새는 왜 플라스틱을 삼킬까요? 더구나 새는 왜 플라스틱을 새끼한테 먹이라며 줄까요? 새로서는 플라스틱인 줄 모르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이 이 별나라 바다이며 땅뙈기를 온통 플라스틱 쓰레가터로 망가뜨리기 때문이지요.


  우리 집에 깃드는 마을고양이 가운데 더러 비닐이 목에 걸려 캑캑대는 아이가 있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비닐을 먹이로 잘못 알고 확 달려가서 낚아채어 입에 넣었다가 캑캑대더군요. 새하고 고양이뿐일까요? 바다에 사는 고래나 상어를 비롯한 숱한 바다님도 비닐이며 플라스틱이 몸에 쌓일 테지요.


  그러니까 사람인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다시 우리 밥차림으로 오르는 셈입니다. 땅에 파묻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땅뙈기에 찬찬히 스며들 테니, 논밭에서 자라는 모든 열매에 플라스틱 기운이 스밉니다. 둘레를 봐요. 밭자락에 가득한 비닐을. 마늘밭도 배추밭도 상추밭도 그저 비닐투성이입니다.


  무엇을 먹어야 즐거울까요? 무엇을 심어야 아름다울까요? 우리 곁에 누가 있는가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크리스 조던》은 군말을 붙이지 않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온누리를 마음껏 날아다니던 새가 가슴에 품은 플라스틱을 사진으로 차곡차곡 담아서 보여줄 뿐입니다. 생각은 이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 스스로 하라고 이끕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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