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1.20.


어린이로 살거나 푸름이로 자라던 무렵 둘레 어른들이 곧잘 “넌 참 감수성이 민감하구나?” 하고 들려주는 말을 못 알아들었습니다. 아니 뭘 그리 반드레레한 말을 일삼나 싶었어요. “넌 참 잘 느끼는구나?” 하면 될 말일 텐데요. 잘되는 사람을 보면 곧게 마음을 씁니다. 잘하는 동무를 보면 한결같은 눈빛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눈부시네 싶어요. 스스로 꿈꾼 봄날이며 꽃날이랄까요. 잘 되지 않을 적도 쉽게 알아챌 만하지요. 곧게 마음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남 탓을 해요. 스스로 눈빛을 밝히며 꿈꾸지 않고서 뭣뭣 때문이라고 따져요. 잘 해내건 영 안 되건 대수롭지 않아요. 그저 온삶을 들여서 하면 돼요. 놀이도 일도 그렇고 글도 그림도 그렇습니다. 아무튼 신나게 쓰고서 신바람을 내며 손질합니다. 마음껏 쓰기에 실컷 고쳐요. 애벌글로 끝내고 싶지 않아요. 두벌글로 세벌글로 넉벌글로 자꾸자꾸 손봅니다. 손보면서 스스로 배우고, 손질하기에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연필로 쓰고서 고칠 적에는 지우개를 씁니다. 볼펜이라면? 하얀물을 살살 발라요. 손질하는 물로 하얗게 덮고서 다시금 차근차근 또박또박 웃는 낯으로 처음부터 씁니다. ㅅㄴㄹ


결·넋·느낌·빛·마음·숨결 ← 감수성

잘되다·발돋움·봄날·꽃날·빛나다·눈부시다 ← 번영, 번성, 번창, 번화

까닭·때문·영문·탓·빌미·비롯하다 ← 주범, 원인

글손질·손보다·고치다·다듬다·글다듬기·글고치기 ← 윤색, 윤문, 교정교열

-벌·-손질 ← 교(校)

애벌글·첫손질 ← 1교, 1교 원고

두벌글·두손질 ← 2교, 2교 원고

하얀물·손질물·지움물 ← 수정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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