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허브 안내서 핫토리 아사미 안내서 시리즈
핫토리 아사미 지음, 류순미 옮김 / 열매하나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숲책

숲책 읽기 158 : 아름풀, 숨풀, 살림풀, 향긋풀, 이바지풀


《싱그러운 허브 안내서》

 핫토리 아사미

 류순미 옮김

 열매하나

 2020.1.20.



허브라는 말을 자주 듣긴 하지만 막상 찾아보면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많다. 라틴어로 약초를 의미하는 에르바Herba가 어원이라고 하니 한마디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식물을 뜻하나 보다. (64쪽)



  요즈음은 영어로 ‘허브’를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예전에는 한자말로 ‘약초’나 ‘방초’나 ‘약용식물’에다가 ‘구황식물’이란 이름을 쓰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름은 의사나 지식인이 쓰던 말이에요. 여느 자리에서 이러한 풀을 돌보거나 캐거나 얻는 시골지기는, 또 멧골이며 들이며 숲에서 이러한 풀을 찾는 숲지기는 단출히 ‘풀’이라 했습니다.


  숲책 《싱그러운 허브 안내서》(핫토리 아사미/류순미 옮김, 열매하나, 2020)를 읽으면서 싱그러운 여러 가지 허브를 헤아립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온갖 허브는 참말로 ‘풀’입니다.


  시골에서든 서울에서든 매한가지인데요, 들을 일구거나 밭을 가꾸는 분이라면 곧잘 식물도감이나 약초도감을 곁에 두면서 살필 텐데, 식물도감이나 약초도감이나 다루는 풀은 매한가지입니다. 약으로 삼지 않는 풀이 없습니다. 약이 안 되는 풀이 없지요.



보리밭에 많이 자생하는 뛰어난 번식력 때문인지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잡초 취급을 받았다. (수레국화/17쪽)



  몸을 살리는 풀로 삼을 적에는 약초라 했다면, 굳이 이 풀을 안 쓸 적에는 잡초라 해요. 어느 때에는 약초이지만 어느 때에는 잡초가 되는 셈이지요. 우리가 차로 즐길 적에는 반가운 차나무일 테지만, 차를 덖지 않는다면 자잘한 나무가 되지 않을까요? 쑥뜸을 하고 쑥떡을 찌며 쑥차를 마시지만, 쑥대가 올라 밭을 덮으면 ‘쑥대밭’이라 하면서 성가시거나 나쁘게 바라보곤 합니다.


  유럽에서 수레국화가 겪은 일을 이 땅에서 쑥이며 고들빼기이며 소리쟁이가 겪어요. 겨울을 앞두고 냉이랑 달래를 그렇게들 찾고 즐기지만, 막상 냉이꽃 달래꽃이 피면 귀찮다며 뽑아내기 일쑤이지요.


  부추에 꽃이 피면 대단히 곱습니다. 부추라는 나물을 얻기보다는 고운 흰꽃을 누리려고 ‘꽃부추’를 따로 키우기도 해요. 꽃부추꽃은 흰꽃이 매우 큽니다. 부추나물에 꽃이 피면 이제 부추잎을 못 쓴다고 하지만, 부추꽃도 차로 삼을 수 있고, 부추꽃을 그냥 나물로 삼을 수 있어요. 부추잎뿐 아니라 꽃이며 꽃대를 풀물로 짜서 마셔도 되고요.



생선 비린내와 흡사한 독특한 냄새를 풍겨 영문명도 피쉬민트다. 생명력이 강해 아무리 뽑아도 다시 자라나 귀찮아하는 이들도 있지만 쓰임새가 많다. (어성초/38쪽)


쑥은 식용 이외에도 생활에서 다양하게 쓰인다. 뜸을 뜰 때 사용하거나 덖어서 차로 마시기도 한다. (쑥/49쪽)



  숲책 《싱그러운 허브 안내서》를 빚은 분은 처음에는 풀(허브)을 잘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나하나 배우면서 이 흔한 풀이 언제나 몸을 살리고 숨을 살리는구나 하고 깨달았다지요. 스스로 즐겁게 몸이며 숨이며 마음을 살리는 동안, 이 들풀을 하나하나 그림으로 옮기려 했답니다.


  예전에는 안 보이던 온갖 풀이 이제는 하나같이 아름풀로 보였다고 할까요. 옛날에는 시큰둥히 지나치던 갖은 풀이 오늘은 한결같이 향긋풀로 다가왔다고 할 테고요.



나쁜 것으로부터 사람을 지켜주는 신비스러운 힘이 있다고 전해져 오래전부터 교회 안뜰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짙은 향기를 지니고 있으며 향산화 성분이 많아 세포를 건강하게 만들고 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 (로즈메리/56쪽)



  아이들하고 풀살림을 하면서 풀이름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모르는 척하기도 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아이들 스스로 풀맛을 느끼고 풀내음을 맡고 풀빛을 살피면서 새롭게 이름을 그리기를 바라거든요. 먼먼 옛날에 고장마다 풀 한 포기에 다 다르게 이름을 붙였듯, 오늘 이곳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고 받아들인 이름을 생각해 보도록 이끕니다.


  아이들하고 수다를 합니다. 자, 이 민들레는 꽃이 눈부시니 ‘아름풀’이라 해볼까? 이 찔레는 한봄을 싱그럽게 새싹으로 베푸니 ‘숨살이풀’이라 해볼까? 이 쑥은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언제나 우리 곁에서 알뜰하니 ‘살림풀’이라 해볼까? 이 고들빼기는 나물로 맛나고 꽃빛이 해맑으니 ‘이바지풀’이라 해볼까? 쓰고 시큼하지만 우리가 뱃속이 안 좋을 때에는 더없이 고마운 괭이밥이니 ‘몸살이풀’이라 해볼까? 쓰면서 달달한 부추라면 ‘숨풀’도 어울리려나? 우리 코에 살갗에 향긋하게 스미는 갖가지 풀은 ‘향긋풀’이라 하면 어떨까?


  다 다른 풀을 다 다르게 맞아들이면서 한겨울에 봄을 그립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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