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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통조림 ㅣ 문학의전당 시인선 203
김종애 지음 / 문학의전당 / 2015년 6월
평점 :
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21
《거짓말 통조림》
김종애
문학의전당
2015.6.26.
서로 돕는 일이 나쁠 까닭이 없습니다. 도울 만하니 돕고, 어려우니 도와요. 도움을 받는 쪽에서도 매한가지예요. 어려우니 손을 벌립니다. 어려우니 고마이 손길을 받습니다. 한집안이라 여겨 돕곤 해요. 그럼요. 어버이가 아이를 돌보고, 언니 오빠가 동생을 돌봅니다. 서로 돕고 아끼면서 새롭게 기운을 내고, 한결 든든한 마음이며 몸이 됩니다. 그러나 이와 다른 한통속이 있어요. 한마음이 되어 어깨동무하는 길이 아닌, 꿍꿍이를 감추고 뒷길을 가리는 짓이기에 한통속으로 뻗어요. 우리는 어느 길을 가는 사람일까요? 우리는 어느 살림을 지을 사람일까요? 고슴도치도 제 새끼를 함함하다 하지요. 마땅합니다. 그렇지만 잘잘못을 놓고는 찬찬히 짚거나 따끔히 알려야겠지요. 이렇게 해야 비로소 함께 살아갈 만할 테니까요. 《거짓말 통조림》을 읽으며 비슷하면서 다른 길을 생각합니다. 우리는 시 한 줄로 새길을 짚을 수 있습니다. 수수하지만 힘차게, 투박하지만 단단하게, 조그맣지만 즐겁게 노래할 만합니다. 시쓴님이 여느 말씨를 쓰면 좋겠습니다. 멋들어진 말씨가 아닌 수수하거나 투박하거나 조그마한 살림자리에서 살림말을 쓰면 좋겠어요. ㅅㄴㄹ
“나 학생 아니에요. 아니라구요” / 방망이 을러대는 전경에게 / 다급하게 외치던 무역회사 경리사원은 / 무척이나 대학생이 되고 싶은 / 스무 살이었다 (빚/13쪽)
여의도에는 골목이 없다. / 그런데도 가끔 길을 잃는다. / 자주 가는 설렁탕집이 여의도우체국 다음 블록인지 / 국민은행 본점 다음 블록인지 헷갈린다. (공중골목/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