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1.12.
책을 내려면 글을 쓰고, 쓴 글을 찬찬히 살피며, 또 살피고 다시 살피기를 되풀이합니다. 이때에 예전에는 ‘교정지’라는 종이를 뽑아서 살폈어요. 아버지가 사전을 쓰니 곧잘 이 종이꾸러미를 받아서 들여다보는데 어느 날 아이가 묻지요. “아버지, 무슨 종이예요?” “응, 이 종이는 ……, 아, 손질종이야.” “손질종이?” “응, 손질할 곳을 찾아서 적어 놓는 종이란다.” 처음 쓴 글은 ‘첫글’이지요. 저는 곧잘 ‘애벌글’이라 합니다. 빨래하며 ‘애벌빨래·두벌빨래’를 하듯, 글도 이와 같다고 여겨요. 애벌·두벌, 이렇게 세는데, 애벌이라 말하면 언제나 애벌레가 으레 떠오릅니다. 아기이니 애벌레요, 무럭무럭 자라면 어른벌레가 되지요. 연필이나 볼펜은 속이 있어요. 속에 든 자루처럼 긴 대로 글을 씁니다. 이를 흔히 한자로 ‘심’이라 하지만, ‘속’이라고만 해도 어울리지 싶어요. 지난날 ‘마당쇠’는 종을 가리키는 자리에만 썼다면 요새는 여러 곳에 써요. 일을 잘하는 이한테, 이른바 ‘올라운드 플레이어’도 마당쇠라 합니다. 참말로 바람이 많이 바뀐 오늘날입니다. 들에 피는 꽃도, 곱게 건사해서 말리는 꽃도 모두 곱습니다. ㅅㄴㄹ
손질종이 ← 교정지
첫글·애벌글 ← 초고
애벌레 ← 유충
어른벌레 ← 성충
속 ← 심(心)
마당쇠 ← 올라운드 플레이어, 잡부, 잡역부
말린꽃·마른꽃 ← 드라이 플라워, 건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