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비키 6 : ~소설가가 되는 방법~ - S코믹스 S코믹스
야나모토 미츠하루 지음, 김아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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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마음을, 오늘을, 나를, 너를 쓴다



《히비키 6》

야나모토 미츠하루

김아미 옮김

소미미디어

2018.10.25.



  글을 쓰기란 얼마나 쉬울까요.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니 이 하루를 그저 옮기면 되는 글입니다. 늘 새롭게 꿈을 그리니, 이제부터 이루려는 꿈길을 차곡차곡 그리면 되는 글입니다. 오순도순 짓는 살림이니, 이 살림을 고스란히 담으면 되는 글입니다. 마주하는 이웃을 마음으로 느끼니, 이웃한테서 맞아들이는 숨결을 가만히 나타내면 되는 글입니다.


  글을 쓰기란 얼마나 어려울까요. 하루하루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는 채 바쁘게 몰아치니, 숨을 쉴 기운조차 없어 어렵습니다. 앞으로 이루려는 꿈이 없으니, 이제부터 무엇을 하면 즐거울는지 몰라 셈틀을 켜 놓아도 글판을 두들기지 못합니다. 손수 짓거나 누리는 살림이 없노라니 막상 글쓰기도 만만하지 않지만 누구를 만나더라도 무슨 말을 해야 할는지 꽉 막힙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숨결이 다 다른 이웃인 줄 알아보지 않으니, 마음으로 맞아들일 만한 숨결이 없어 풀이나 나무나 돌 이야기를 글로 적더라도 싱그럽거나 생생하지 않습니다.



“난 죽지 않아. 아직 걸작을 쓴 기억은 없으니까.” (40∼41쪽)


“내 소설을 읽어 줘서 고마워. 재미있게 봐줬다면 기쁘지만, 시시했다 해도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소설은 또 쓸 거니까, 다음에도 읽어 주면 좋겠어.” (17쪽)



  글쓰기를 묻는 분이 있으면 마음쓰기를 되묻습니다. 글쓰기가 어렵다는 분이 있으면 마음쓰기도 어렵겠네요 하고 되묻습니다. 글쓰기를 하고픈 분이 있을 적에는 언제나 마음쓰기를 하시느냐고 되묻습니다. 글쓰기를 잘 다룬 책이 있느냐고 묻는 말에는 마음쓰기를 다룬 책을 읽으시면 어떻겠느냐고 되묻습니다.


  글이란 말이며, 말이란 생각이고, 생각이란 우리가 오늘 펼쳐 보이는 마음이 드러난 씨앗이라고 느낍니다. 하나씩 따지면 되어요. 말이 있기에 글이 있습니다. 말이 없다면 글이 없어요. 그렇다면 말이란? 우리가 말을 하려면 생각이 있어야 합니다. 생각이 없이 말하지 못합니다. 생각이 없을 적에는 소리는 낼는지 모르나 말이 되지 않아요. 그렇다면 생각이란? 마음이 있기에 이 마음이란 자리에 씨앗처럼 심어서 일으키는 생각입니다. 마음이 없는 사람은 스스로 심어서 가꾼 뒤에 일으키는 생각이 없으니, 언제나 다른 사람 말을 조잘조잘 따르기만 하는 쳇바퀴나 굴레가 되곤 합니다.


  그러니 글을 쓰고 싶다면, 이 흐름을 헤아리면서 마음부터 쓸 줄 알아야겠지요. 마음을 옮기기에 마음쓰기요, 네가 어떤 마음인가를 하나하나 읽도록 헤아리기에 마음쓰기입니다.



“그래도 누군가가 내 소설을 읽고 재미있다고 느껴 준다면 기쁠 것이고, 아마도 그 소설은 그 사람을 위해 쓰여진 걸 거라는 생각이 들어. 10년 동안 소설을 썼으면 당신의 소설을 읽고 재미있다고 느낀 사람이 적어도 있긴 있다는 소리잖아. 그게 나일지도 모르고. 안 팔린다는 둥, 졸작이라는 둥, 그래서 죽는다는 둥, 남이 재밌게 본 소설에다 작가랍시고 함부로 꼬투리 잡지 말라구.” (35∼36쪽)



  ‘소설가가 되는 방법’이란 이름이 붙은 《히비키 6》(야나모토 미츠하루/김아미 옮김, 소미미디어, 2018)을 읽으면, 어느새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문학상 두 가지를 한꺼번에 탄 히비키가 하이틴로맨스 소설도 슬쩍 써 보았는데, 이 소설도 덜컥 문학상을 받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어느덧 히비키가 쓰는 소설은 이 소설을 읽는 사람이 확 사로잡히는 글이 된다고 합니다.


  이 만화책 《히비키》는 ‘소설을 쓰는 여자 고등학생’이 생각하고 살아가는 길을 줄거리로 삼아서 ‘소설을 쓰며 살아가는 길’을 이야기로 엮습니다. 그렇다고 내로라하는 문학상을 거머쥐는 길을 밝히지 않습니다. 오직 하나 ‘소설을 쓰며 살아가는 길’을 그립니다.


  그래서 문학상을 거머쥐지 못한 사람, 문학상을 노리지만 으레 미끄러지는 사람, 문학상을 누가 받을는지 가리는 다른 소설가, 문학상을 거머쥔 사람 책을 찍어내어 돈을 벌려고 하는 출판사 일꾼, 문학상을 둘러싼 자리에서 아옹다옹하는 사람들을 다루어 장사를 하려는 잡지사 일꾼, 이런 뭇사람하고 동떨어진 여느 사람, 소설이고 책이고 마음이 없는 사람 …… 여러 갈래 여러 사람을 찬찬히 아울러서 이야기를 엮지요.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이 금액은 히비키의 소설에 대한 정당한 가치입니다.” “정당이고 나발이고 당신네들 멋대로 정하지 말라고!” (63쪽)



  자동차를 잘 안다고 한다면, 자동차 이야기로 무엇을 쓸 만할까요? “잘 안다”는 무엇이고 “쓸 만한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자동차를 만든 회사 이름을 늘어놓으면 자동차 이야기일까요? 어느 곳에 어느 자동차가 어울리는가를 밝히기에 자동차 이야기일까요? 값이나 값어치를 적으니 자동차 이야기일까요?


  물건으로 우리 앞에 있는 자동차라지만, 이 자동차도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어요. 입이 아닌 마음으로 자동차한테 말을 건다면, 자동차를 다루는 사람들 모습이나 눈길을 새삼스레 글로 쓸 수 있습니다. 끝없이 쏟아지는 자동차 물결을 바라보는 자동차는 무엇을 느끼는지, 찻길을 넓힌다면서 숲이며 들이며 마을을 밀어내는 몸짓을 자동차로서는 어떻게 느끼는지, 자동차가 달리며 내뿜는 찌꺼기를 자동차는 어떻게 헤아리는지, 이런 이야기를 자동차 마음으로 마주하면서 쓸 수 있습니다.



‘이대로 싸워 봤자 이길 수 있을 리 없고. 그러게 얌전히 있으면 될걸. 도저히 당하고만 있을 순 없었어. 난 왜 이렇게 자아가 강한 걸까. 히비키라면 어떻게 했을까.’ (101쪽)



  앞으로 글을 쓰고 책을 내면서 삶길을 열고 싶다는 꿈을 키우는 어린이나 푸름이가 차츰 늘어납니다. 대단한 일이라고 여겨요. 돈을 잘 버는 길이 아니라 글을 쓰는 길을 바라는 어린이나 푸름이가 태어난다니, 참말로 우리 삶터를 확 바꿀 만한 빛이 되겠구나 싶어요.


  흙을 일구거나 숲을 돌보는 길을 가겠노라는 어린이나 푸름이도 틀림없이 어디엔가 있으리라 생각하는데요, 이 나라 터전이 터전이니만큼, 돈을 더 많이 벌고 싶다고 생각하는 어린이나 푸름이도 늘지만, 돈은 아랑곳하지 않고서 스스로 이루려는 꿈길을 생각하는 어린이나 푸름이도 늡니다. 그리고 돈을 알맞게 누리면서 스스로 바라는 꿈길도 아름답게 펴고 싶은 어린이나 푸름이도 늘어요.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돈벌이가 꿈이라면 굳이 글을 안 써도 됩니다. 돈을 잘 버는 길을 가면 되겠지요. 글쓰기로 돈을 벌 꿈이 있다면 이때에는 글로 돈을 버는 길을 새로 닦으면 돼요. 다만, 돈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글에도 두 가지가 있지요. 참마음을 담아서 참다이 버는 돈이 있을 테고, 돈에 마음을 빼앗기거나 팔아치우고서 거둬들이는 돈이 있겠지요. 글이름이나 글치레에 마음을 빼앗기거나 팔이치우고서 글빛을 뽐내는 길이 있을 테고, 오롯이 참답고 슬기로우면서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글빛을 즐기는 길이 있어요.



“난 상 받을 생각 없고, 카요코도 없는 모양이니까, 수상은 취소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뭐어! 왜? 어째서? 대상인데? 애니메이션화도 된다구?” “으음, 매일매일 책 읽거나 멍 때리면서 여러 가지로 바쁜데다, 상 같은 거 그다지 흥미없어서. 미안해.” (172쪽)



  만화책 《히비키》에 나오는 아이는 여고생입니다. 남고생이 아닌 여고생이지요. 이 여고생을 바라보는 둘레 사람 눈길이 다 다릅니다. 요즈음에도 ‘여자는 짝을 맺고서 아기 낳고 집안일만 하면 될 뿐’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어요. ‘아직 제대로 깨이지 않은 이 터전에서 글을 쓰자면 사내 따위는 가까이하지 말고서 오직 글을 사랑하라’고 속삭이는 사람이 있어요. 꾸준히 사랑받는 글을 쓰는 분이 있고, 좀처럼 사랑받지 못하는 글만 되풀이하는 분이 있어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다른 삶길을 걸을까요? 우리는 왜 이렇게 다른 몸이자 마음으로 태어나서 서로 다른 꿈하고 생각을 키우며, 이 다른 삶에서 피어난 이야기를 저마다 다른 말글로 담아낼까요?



“이제야 그 섬뜩한 웃음이 사라졌네. 농담이야. 설마 진짜로 걸겠어? 흥정하러 온 거 아냐. 선물용 과자까지 싸들고 사과하러 온 거니까. 화내도 좋으니 받아들이시라고.” (176쪽)



  소설을 쓰는 히비키는, 소설쓰기에 앞서 소설읽기를 사랑하는 아이입니다. 숱한 소설을 읽으면서 ‘이쪽은 내 마음을 건드리지 못한 쓰레기’라고 ‘저쪽은 내 마음을 건드린 아름다운 빛’이라고 말합니다. 두 가지로 마음에 남은 소설을 오래오래 읽다가 어느 날 생각해요. ‘아, 나도 소설을 써 볼까?’ 하고요. 그리고 찬찬히 쓰지요. 누구보다 스스로 ‘내가 썼더라도 내 마음부터 새롭게 건드릴 수 있는 아름다운 빛’이 되기를 바라면서 씁니다. 무엇을 노리고 쓰지 않아요. 사람들이 널리 읽어 주기를 바라면서 쓰지 않아요. 그리고 히비키 소설을 읽은 사람이 있다면 ‘읽은 느낌’을 꾸미지 않고 모조리 들려주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새롭게 쓸 다른 소설을 부푼 마음으로 꿈꾸면서 ‘좋았거나 아쉬웠던 모든 대목’을 받아들여서 첫걸음을 다시 떼려고 하지요.


  그러니까 소설이란 글을 쓰는 길이란 이렇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사랑으로 건드리며 아름다울 글을 쓰면 되어요. 어떤 목소리이든 거스르지 않고서 스스로 녹여내어 새롭게 빛으로 밝히려는 숨결로 글을 쓰면 되지요.


  이리하여 글쓰기는 쉬우면서 어렵습니다. 이렇게 하겠노라 생각을 하고 즐겁게 하루하루 걸어간다면 글쓰기이든 마음쓰기이든 쉽습니다. 누가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지레 혀를 내두르면, 아마 죽고 다시 태어나도 글을 못 쓰겠지요. 마음을, 오늘을 씁니다. 나를, 너를 씁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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