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1.7.
‘호강’을 시킨다고 합니다. 어릴 적이던 1970∼80년대에는 익히 듣던 말인데 어느 때부터인가 이 말을 거의 못 들었어요. 그러면서 ‘효도’라는 한자말만 들었습니다. 네, 그래요. 아이가 자라 어버이를 잘 섬길 적에 ‘호강’이라 했어요. 넉넉해서 즐겁게 지낼 적에도 ‘호강’이라 했습니다. 오늘날 한국이란 터전은 일제강점기에 처음 선 기틀이 그대로 흐르곤 합니다. 여느 사람이 누리는 도서관이란 곳도 조선총독부에서 처음 세웠고, 그때 그들이 세우며 쓰던 말을 아직 그대로 쓰곤 합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수서(收書)’예요. 흔히 “수서 업무”라 합니다. 요새 새로 여는 마을책집에서는 영어 ‘북큐레이션’을 곧잘 쓰는데요, 어떤 책을 들일는가를 살펴서 고르고 맞이하고 갈무리해서 자리를 잡기까지, 이런 일을 어떻게 가리키면 좋을까요? 대구에서 마을책집을 하는 어느 분은 ‘책들임’이란 말을 지어서 씁니다. 이 말이 참 어울리는구나 싶어요. 또는 ‘책차림’이라 할 수 있어요. ‘밥차림·옷차림’처럼 ‘-차림’이란 모든 갖춤새를 나타냅니다. 권력이란 ‘힘·주먹’이니, 절대권력이라면 ‘으뜸힘·꼭두주먹’쯤 될 만하려나 싶습니다. ㅅㄴㄹ
호강(호강하다·호강스럽다) ← 호화, 편안, 안락, 안위, 호위호식, 복(福), 부유, 유복, 효도
책들임(책차림·책갈무리) ← 수서(收書), 수서 업무, 북큐레이션, 서가 진열, 장서 관리
힘(주먹) ← 권력, 폭력
으뜸힘(으뜸주먹·꼭두힘·꼭두주먹) ← 절대권력, 최고권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