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2.16.
《열세 살 여공의 삶》
신순애 글, 한겨레출판, 2014.4.18.
큰아이가 네 곳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띄우겠다고, 작은아이는 음성 할아버지한테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겠다고, 엊저녁부터 바지런을 떤다. 두 아이는 바쁘시니 혼자 국을 끓이고 밥을 한다. 큰아이가 드디어 선물을 다 마쳤다고 할 즈음 시계를 보니 아슬아슬. 아이들더러 맛나게 차려서 먹으라 하고 시골버스를 타고 우체국으로 간다. 그나저나 읍내 우체국 일꾼이 또 바뀌었다. 참 자주 바뀐다. 바뀔 수 있는 일이지만, 바뀐 일꾼은 일손이 너무 서툴다. 일매무새를 안 익히고 그냥 자리에 앉히나? 《열세 살 여공의 삶》을 읽는데 매우 갑갑하다. 시골순이가 공순이가 된 길을 ‘아줌마 목소리’로 담으면 좋을 텐데, 마치 논문처럼 꾸몄다. 글쓴님이 이녁 아이한테 이런 말씨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 텐데, 웬 책을 재미없고 메마른 학술 보고서로 썼을까? 삶이 묻어난 공순이 발자취가 아닌, 공장 언저리는 가지도 않은 먹물들 글결로 여민 책을 꾹 참고서 읽다가 마지막 쪽까지 넘기고 바로 덮었다. 숨이 막힌다. 평화도 민주도 평등도 깔아뭉갠 그들 주먹나부랭이에 먹물나부랭이가 휘두르는 글결을 굳이 배워서 이런 책을 써야 했을까? 글을 쓰지 말고, 아이한테 어머니 이야기를 목소리로 들려주면서, 소리를 담아 옮겼다면 참 달랐겠지.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