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마리코 8
오자와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545


《80세 마리코 8》

 오자와 유키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19.10.31.



“편집장님은 늘 프레젠테이션 하고 계시잖아요.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그걸 좋다고 생각하는지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거예요.” (21쪽)


“어떤 이야기를 가져와도 여기 사람들은 바뀌지 않아요. 오랜 시간 같은 풍경에 세뇌되어 의욕을 잃어버리고 주도권은 집주인에게 빼앗겼죠.” (43쪽)


“난 (우리 옷가게) ‘피에∼르’에 인생을 걸었다고. 좋은 추억이 많은 곳이야.” (50쪽)

‘셀카 찍는 거 부끄럽구나. 이런 걸 다들 잘도 하네.’ (73쪽)


“패션쇼에 집착하지 않아도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 당신은 그걸 증명했어요.” (107쪽)



《80세 마리코 8》(오자와 유키/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19)을 읽는데 어쩐지 아프고 힘들다. 여덟걸음에 이른 이 줄거리는 나로서는 텃고장 인천이 확 떠오른다. 바로 인천이라는 고장은 ‘늙어죽어’ 가는 곳이요, 이런 모습을 막삽질이란 이름으로 감추면서 어떻게든 토목건설 쪽으로 돈을 덮으려고 하는 몸짓이 너무 드세다. 그런데 ‘늙어죽어’ 가는 곳은 오래된 골목마을이 아닌 벼슬아치이다. 시장이나 구청장이나 국회의원을 맡는 이들이 바로 ‘늙어죽어’ 가는 마음이나 눈길이더라. 할머니 할아버지가 곱게 돌보고 정갈히 가꾸는 골목마을은 ‘평균수명이 높으나 매우 젊고 밝은 기운이 흐르’는데, 이러한 골목빛을 알아차리지 못하니, 그런 공무원이나 정치꾼이야말로 ‘늙어죽어’ 가는 꼬라지가 아니겠는가. 여든 살 할머니는 무엇이든 새롭게 배우면서 소설도 힘껏 쓰고, 스스로 ‘누리소설 잡지’까지 열어서 그 나이에 편집장을 맡아서 젊은(?) 아줌마를 곁에 두면서 일한다. 누가 늙은이인가? 나이가 여든이나 아흔이기에 늙은이인가? 아니다. 생각이 새롭지 못하고, 생각을 틔우지 않을 적에 ‘낡은’ 머리이기에 ‘늙은’ 몸이 된다. 인천이라는 고장에서 시장이나 국회의원, 또 공무원하고 교사로 있는 이들이 부디 이 만화책 《80세 마리코》를 찬찬히 새겨서 읽고 책모임을 하기를 바란다. 모쪼록 낡은 머리를 집어치우고 늙은 눈길은 걷어내어 밝고 산뜻하게 다시 태어나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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