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이 문지아이들
전미화 글.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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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67


《미영이》

 전미화

 문학과지성사

 2015.5.20.



  “말 좀 들어.” 같은 말은 참 얄궂다고 느낍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이 말이 안 어울린다고 느꼈고, “말 좀 들어 보세요.”라 말해야 하는 자리에 서야 할 적에 제 입에서 흐르는 이 말은 참으로 안 맞다고 느꼈습니다. “말을 잘 듣다.”나 “말을 안 듣다.”도 영 어울리지 않고요. 이 말을 곰곰이 짚거나 씹어 보면, “말을 듣다 = 말을 생각하지 않고서 그대로 따르다 = 길들다 = 종/노예” 같은 얼거리이지 싶어요. 흐르는 말이나 오가는 말이 아닌, 이쪽에서 저쪽으로 보내는 말을 모조리 받아들이라는 뜻이 깃든달까요. 어른들이 흔히 입버릇처럼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하고 읊는데요, 어른은 아이 곁에서 “자, 우리 이야기를 할까?” 하고 아예 낱말부터 말씨를 몽땅 갈아엎을 노릇이지 싶습니다. 《미영이》는 ‘말을 듣고’ 자라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말을 해줄 사람’이 곁에서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지고 나서 겪는 하루를 보여줍니다. ‘말없이 사라진’ 이는 ‘말없이 나타났’다지요. 말없는 그 사람한테 ‘아무 말을 할 수 없던’ 미영이라는데, 미영이는 말을 하지도 듣지도 않지만, 마음을 열고서 한손으로 따스한 숨결을 느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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