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1.15.


《피카몬 3》

 쿠보노우치 에이사쿠·그림/김은영 옮김, 서울문화사, 2013.11.30.



“서울로 올라간다”는 위아래를 가르는 말씨이다. 곰곰이 보면 ‘중국을 섬기던 이 나라 임금’은 ‘진상(進上)’이란 말을 썼고, 이 나라에서는 임금 곁에서 ‘진상’을 했다. 사람을 밟고 선 임금 무리가 없던 무렵에는 ‘올라간다·올리다’를 섣불리 쓰지 않았다. 계급이며 질서를 세우기에 ‘올리고·내리고’라든지 ‘올라가다·내려가다’를 쓴다. 길든 말씨이자 굴레이면서 터전이다. 생각해 보자. 북녘에서 보면 “평양에서 서울로 내려가다”일까? “백두산에서 한라산으로 내려가다”일까? 그저 ‘가다’요 ‘오다’일 뿐이다. 어릴 적을 떠올리면 “할아버지한테 세배 올려야지.” 하고 어머니가 얘기하면 할아버지는 “뭘 ‘올린다’고 하니, 그냥 ‘하면’ 되지.” 하고 말씨를 고쳐 주곤 했다. 만화책 《피카몬 3》을 읽었다. 웃음꽃을 그리고 싶은 젊은이 둘을 보여준다. 둘은 툭탁거리기도 하고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하지만 어느새 길을 찾는다. 누가 위도 앞도 아니요, 아래도 뒤도 아닌, 사이좋게 걷고 어깨동무하는 삶일 적에 더없이 환한 웃음꽃이 되는 줄 알아차린다. 나는 언제나 서울로 가고 인천으로 가고 부산으로 간다. 그리고 숲으로 간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