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탐조일기
김은미.강창완 지음 / 자연과생태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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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숲책 읽기 156


《제주 탐조일기》

 김은미·강창완

 자연과생태

 2012.7.5.



우리 신혼집에는 또 다른 손님이 있었다. 남편이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에서 다치거나 아픈 새를 구조하는 일을 하면서 방 하나는 새들이 차지했다. (22쪽)


2008년 3월 21일부터 22일 사이 대규모로 제주도에 나타난 흑두루미들. 이틀 동안 총 3천 330마리가 제주도를 지나갔다. (81쪽)


이미 제주도의 팔색조 서식지가 농경지 개간이나 골프장 개발 등으로 눈에 띄게 줄고 있다. (142쪽)


갑자기 고함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두리번거리니 흑고니를 찍고 있던 그 기자가 흑고니를 날아오르게 하려고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헤엄치는 모습만 카메라에 담았던 터라 비행하는 모습까지 찍고 싶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 따끔하게 충고하려고 그 기자 쪽으로 걸어가는데, 고함을 쳐도 날지 않자 이제는 돌멩이를 던졌다. (155쪽)


나와 남편은 (백록담에서) 딱새를 보자마자 놀란 듯 서로를 쳐다보았다. 육지에서는 여름에 흔하게 번식하지만 제주도에서는 겨울에나 보이는 새인데 여름에 여기서 뭐하나 싶어서였다. (225쪽)



  우리 집 아이들은 이제 아버지한테 굳이 저 새가 어떤 이름이냐 하고 안 묻습니다. 새마다 어떤 이름인지 알기에 안 묻는다 할 수도 있고, 아이들 스스로 이름을 알아내는 길을 익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새를 알려주는 도감은 많지 않지만 드문드문 나왔습니다. 저 스스로 새를 반기기도 하고, 이웃은 새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궁금해서 새 도감을 하나하나 장만했고, 이제 아이들은 새 도감을 늘 끼고 살면서 그림이나 사진하고 눈앞에서 마주하는 새하고 맞대곤 해요.


  큰아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두 눈으로 보는 새를 스스로 공책에 그리고, 도감에 나온 모습도 공책에 옮깁니다. 스스로 볼 적하고 ‘다른 사람이 그린 모습이나 찍은 모습’을 낱낱이 살필 적에는 다르면서도 새롭게 배우는 대목이 있어요. 스스로 더 알아보는 대목을 느끼고, 스스로 미처 못 본 대목을 느낍니다.


  숲책 《제주 탐조일기》(김은미·강창완, 자연과생태, 2012)는 어린이한테는 만만하지 않다고 할 테지만, 아이들은 이 책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저 어른들은 새를 어떻게 어디에서 만나려고 했을까?’ 하는 실마리를 들여다본다고 할 만합니다. 어른으로서는 새 한 마리가 마을이며 나라에 얼마나 살뜰한 동무요 이웃인가를 새삼스레 헤아리는 길잡이책이 될 만합니다.


  새를 지켜본 이야기 가운데 제주로 좁힌 《제주 탐조일기》입니다. 2012년에 나온 책이니, 꽤 묵은 셈이지만, 2012년에 벌써 이만 한 삶길을 걸은 분이 있다는 뜻이요, 그때에 진작 이만 한 책을 여민 일꾼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남 순천 갈대밭이나 늪에 ‘새를 보려는 마음’으로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찾아오는 여러 나라 이웃이 꽤 많습니다. 제주에도 오직 새를 보려고 찾아오는 여러 나라 이웃이 퍽 많다지요.


  나라나 지자체에서 곰곰이 생각할 노릇입니다. 관광시설이나 놀이시설이나 골프장을 엄청난 돈을 들여서 때려짓기에 여러 나라 사람들이 찾아가지는 않습니다. 그저 숲을 숲대로 건사하고 늪을 늪대로 돌보며 골짜기랑 냇물을 골짜기랑 냇물대로 아낄 수 있다면, 이곳은 새한테 아름다운 보금자리가 되어요. 새한테 아름다운 보금자리가 되면 숲결(생태계)이 살아나고, 숲결이 살아난 터에는 갖가지 새를 비롯해 우리 마음을 틔우고 열어 주는 뭇숨결을 만나기에 좋습니다.


  다만 시끄럽게 찾아가면 안 되겠지요. 사진기를 너무 들이대어도 안 되겠지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다든지, 자동차로 함부로 밀고 들어가도 안 될 테고요.


  새를 만나려면 맨몸으로 조용조용 거닐 줄 알아야 합니다. 새하고 속삭이려면 입을 다물고 마음으로 눈빛을 밝혀서 속삭일 줄 알아야 합니다. 새하고 사귀면서 노래를 누리려면 스스로 푸른 넋이나 몸짓이 되어 이 땅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새가 있기에 하루가 새롭습니다. 왜 새를 ‘새’라고 했을는지 새삼스레 생각해 본다면 좋겠어요. 오래도록 사람 곁에서 숲결을 지켜 온 상냥하면서 고운 이웃인 새를 바라볼 수 있는 넉넉하면서 느긋한 마음을 그립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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