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숲노래 우리말꽃 : ‘특수 학급’은 뭘까요



[물어봅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다양성’과 ‘평등’을 얼마나 살리는 길로 가야 하느냐가 큰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성이란 서로 다른 길일 뿐, 틀린 길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이 다양성을 살릴 수 있을 때에 진정한 평등이 될 테고요. 샘님이 들려주는 우리말 이야기를 들어 보면, 우리가 쉽게 쓸 수 있는 말을 안 쓰고 자꾸 어려운 말을 쓰거나 멋을 부리는 말을 쓰려고 하면, 말 사이에서도 계급이 생기면서 차별이 생길 수 있다고, 이는 다양성을 해치고 평등에도 어긋나는 일이 되겠다고 느껴요. ‘말의 다양성과 평등’ 문제를 조금 더 들려주시면 좋겠어요.


[이야기합니다]

  아무래도 사회나 학교에서는 ‘다양성’이나 ‘평등’이란 이름을 쓰지 싶고, 푸름이 여러분도 이 낱말에 푸름이 여러분 생가글 담으리라 느껴요. 그런데 저한테 물어보면서 한 말 사이에 ‘다양성·서로 다른’이란 대목이 있어요. 한자말로 하자면 ‘다양성’이요, 한국말로 하자면 ‘서로 다른’이나 ‘다르다’입니다. 먼저 말씀하셨듯, 우리는 서로 다를 뿐, 누가 맞거나 틀리지 않습니다.


  푸름이 여러분이라면 ‘다양성’이나 ‘평등’이란 낱말을 그냥 쓸 텐데, 이 말씨를 놓고서 여덟 살 어린이나 다섯 살 어린이하고 나란히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여러분한테 어린 동생이 있을 적에 이런 한자말을 그냥 쓸 수 있을까요? 아마 아닐 테지요?


  다 다른 길을 살피는 눈이란, 더 많이 알거나 잘 알거나 똑똑하다는 쪽 눈길에 그치지 않겠다는 마음이에요. 우리가 더 많이 안다면 더 많이 알기에 더 쉽고 부드럽게 풀어내어 이야기할 수 있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평등도 이렇게 볼 만하지요. 한자말로는 ‘평등’이요, 한국말로는 ‘나란히’나 ‘어깨동무’입니다. 자, 생각해 봐요. 키도 작고 걸음도 느린 어린 동생하고 ‘나란히’ 걸을 수 있는 마음이 바로 평등이라고 하는 첫걸음이랍니다. 어린 동생하고 눈높이를 맞추려고 푸름이 여러분이 무릎을 꿇고 앉을 수 있는 몸짓은 평등이라고 하는 두걸음이에요.


  저는 이 자리에서 ‘다양성·평등’ 두 한자말을 푸름이 여러분보다 훨씬 어린 동생 눈높이에서 생각해 보자고 이야기했어요. 다 다른 길을 한결 널리 살피고, 더 너른 마음으로 나란히 갈 수 있는 어깨동무를 하자는 마음이 바로 말을 말답게 가꾸는 길이 되기도 합니다.


  아주 쉬워요. 무엇이 쉬운가 하면, 쉽게 말하면 모든 일이 쉽답니다. 쉽게 말을 하지 않으니 모든 일이 쉽지 않아요. 이 이야기가 오히려 어려울까요? 말부터 쉽게 하면 일도 쉽게 풀 수 있는데, 말부터 어렵게 하면 일도 어렵게 꼬이기 마련이랍니다.


  푸름이 여러분이 빵을 반죽하거나 김치를 담그거나 밥을 짓는 자리에서, 여러분이 알아듣기 어렵거나 낯선 일본 한자말이나 일본말이나 영어를 섞는다면 얼마나 알아들으면서 함께하거나 따라할 수 있을까요? 어린 동생하고 함께 빵반죽을 하거나 밥짓기를 할 적에도 매한가지예요. 같이 즐겁게 일을 하자면 말부터 쉽게 해야겠지요? 한국이 낯선 이주노동자하고 함께 일한다고 생각해 봐요. 한국도 한국말도 낯선 이주노동자한테 어려운 말을 쓰면 일을 함께 할 만할까요?


  우리가 쓸 모든 말은 다 다른 길을 살필 뿐 아니라, 더 너른 길을 나란히 갈 수 있도록 헤아리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추스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쓰는 말이란 쉬울 뿐 아니라 곱고, 고울 뿐 아니라 참하고, 참할 뿐 아니라 상냥하며, 상냥할 뿐 아니라 부드럽고, 부드러울 뿐 아니라 어질거나 슬기롭지요.


 별빛 ← 성광, 에이스, 스타, 천사

 별빛사람(별빛님) ← 장애인

 별빛아이(별아이) ← 장애아, 장애 어린이

 별빛칸 ← 특수 학급, 특수반, 장애아 학급


  슬쩍 다른 이야기를 곁들여 볼까 합니다. ‘별빛’이란 낱말을 들었어요. 왜 별빛이란 낱말인가 하면, ‘특수’란 한자말 때문입니다. 사전에서 ‘특수’란 한자말을 찾아보면 “특별히 다름”으로 풀이하고, ‘특별’은 ‘다름’으로 풀이합니다. 곧 ‘특수 = 다르게 다름’이란 셈인데요, 사전은 ‘다르다 = 같지 아니하다’로, ‘같다 = 다르지 아니하다’로 풀이합니다. 매우 뒤죽박죽이에요.


특수(特殊) : 1. 특별히 다름 2. 어떤 종류 전체에 걸치지 아니하고 부분에 한정됨 3. 평균적인 것을 넘음

특별(特別) : 보통과 구별되게 다름 ≒ 특단

다르다 : 1.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 2. 보통의 것보다 두드러진 데가 있다

같다 : 서로 다르지 않고 하나이다 ≒ 여하다

보통(普通) : 1.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 2. 일반적으로. 또는 흔히


  오늘은 이 엉성한 겹말풀이나 돌림풀이 사전을 다루지 않겠습니다. 오늘 다루고 싶은 이야기는 ‘특수반·특수 학급’입니다. 푸름이 여러분이 저한테 다양성하고 평등 이야기를 물으셨는데요, 어느 학교에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데 ‘특수반’이란 이름으로 두 가지 학급이 있어요.


  첫째 특수반은 시험성적이 잘 나오기에 더 시험성적이 나오도록 북돋우려고 하는 곳입니다. 둘째 특수반은 장애가 있다는 어린이나 푸름이를 모두 몰아넣고서 가르치는 곳입니다.


  다른 길이란 틀린 길이 아니지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다른 사람을 그저 다르게 다루곤 합니다. 왜 시험성적으로 누구는 첫째 특수반에 들어가고 누구는 그냥 학급에 있을까요? 왜 장애로 갈라서 누구는 둘째 특수반에 있고 누구는 그냥 학급에 있을까요? 다름하고 같음이란 무엇일까요?


  예전에는 ‘장애자’라 하다가 ‘장애인’으로 바꾸다가 ‘장애우’라고도 합니다. 말끝을 ‘자(者)’에서 ‘인(人)’을 거쳐 ‘우(友)’처럼 한자만 바꾼 꼴이에요. 우리 삶터는 이렇게 말끝만 바꾸는 시늉을 했어요. 이러면서 더 생각을 못하기도 했는데요, ‘놈(者)’을 ‘사람(人)’으로 바꾸다가 ‘벗·동무(友)’로 고치는 길인데요, 처음부터 ‘사람’으로, 또 ‘벗’으로, 또 ‘님’으로 부를 수 있지 않았을까요?


  더 생각해서 ‘장애’라고 하는 이름부터 바꿀 수 있습니다. 오늘 여느 삶터에서 바라보기에는 ‘장애가 있는 사람’이지만, 다른 별에서 보기에는 그야말로 다른 삶을 짓는 사람일 뿐이에요. 그래서 저는 ‘별아이·별빛아이’나 ‘별사람·별빛사람’ 같은 새 이름을 떠올렸어요. 둘째 특수반을 놓고도 ‘별빛칸(별빛반·별빛학급)’ 같은 새 이름을 그려 봅니다.


  우리 곁에 있는 다 다른 이웃하고 동무한테서 흘러나오는 고운 별빛을 마음으로 느끼고 나누자는 뜻으로 이런 새 이름을 생각해요. ‘차별·차이’나 ‘특별·특수’로 가르지 말고 서로 마음으로 별빛 같은 눈빛이 되자는 뜻으로 이렇게 새 이름을 헤아립니다.


  별빛하고 꽃빛이 어깨동무하면 좋겠어요. 별빛하고 풀빛이 손을 잡으면 좋겠어요. 별빛하고 물빛이, 별빛하고 흙빛이, 별빛하고 잎빛이, 별빛하고 불빛이, 별빛하고 바람빛이, 서로서로 덩실덩실 춤을 추는 한마당이 되면 좋겠어요.


  여느 사람을 흔히 풀에 빗대곤 합니다. 한자말로 ‘민초’를 쓰기도 하는데요, ‘일반인·보통 사람’을 ‘풀사람’이란 새 이름으로 나타내 보아도 어울립니다. 다 다른 우리는 풀사람·풀빛사람으로, 또 별사람·별빛사람으로 어우러집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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