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55. 늑대
늑대라고 하는 이웃은 사납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어느 눈으로 보면 그렇게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늑대 눈으로 사람을 보면 어떠할까요? 사람이야말로 더없이 사납거나 거칠거나 모질거나 괘씸하거나 무시무시하거나 끔찍하거나 지저분하거나 터무니없을 수 있어요. 늑대가 사람을 보기에는 이렇게 여길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사람은 ‘먹이’로 삼을 뜻도 아닌 그저 ‘재미’로 온갖 짐승을 마구 잡아서 죽입니다. 사람은 ‘보금자리’로 꾸밀 뜻이 아닌 그저 ‘돈벌이’를 노리면서 숲을 마구 허물거나 망가뜨립니다. 사람이 이룬 나라는 저마다 평화를 외치면서도 군대하고 전쟁무기를 어마어마하게 갖추어서 으르렁거려요. 평화를 바란다면서 왜 군대하고 전쟁무기에 그토록 돈을 엄청나게 쏟아부을까요? 과학자는 왜 이렇게도 군사무기를 새로 짓는 데에 온힘을 쏟을까요? 이제 늑대를 오롯이 늑대 마음으로 바라보면 좋겠어요. 스스로 늑대 눈으로 보고, 스스로 늑대 발로 달리고, 스스로 늑대 머리로 생각하고, 스스로 늑대 털로 느끼고, 스스로 늑대 입으로 노래하고, 스스로 늑대 느낌으로 별빛을 읽는 길을 헤아리면 좋겠어요. 이 별을 이룬 여러 이웃 가운데 하나인 늑대를 참말로 이웃으로서 마주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마음을 고스란히 사람살이에도 맞물려 놓고서, 사람인 이웃도 상냥하고 아름답게 마주하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열면 좋겠어요. 우리들 사람은 이 별에서 즐겁게 배우고 새롭게 익혀서 곱게 나누는 보람을 노래하려고 살아가지 싶습니다. ㅅㄴㄹ
늑대
있는 힘껏 들을 달려
바람을 즐기거든
귀 쫑긋 숲을 갈라
잎새 스치는 느낌 누리거든
달빛보다는 별빛을 봐
작은 꽃빛을 눈여겨보고
들풀에 어린 이슬을 읽고
안개에 서린 물방울을 느껴
아이가 태어나면
씩씩하되 상냥한 마음을
당차되 부드러운 걸음을
밝으며 꿰뚫는 눈망울을
여기에다가
서로 돌볼 줄 아는 숨짓을
놀이로 가르치고서
들녘사랑을 물려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