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시원스러운 비님 (2019.6.29.)

― 전남 순천 〈책방 심다〉

전남 순천시 역전2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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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님이 뿌리는 날은 어쩐지 마음이 맑게 트이며 반가웠습니다. 비를 싫어하거나 꺼리는 아이를 본 일이 없습니다. 옷이며 몸이 젖어도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들이요, 외려 빗물이 옷이랑 몸을 홀딱 적시면서 뛰어놀고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들입니다. 먼먼 옛날부터 모든 아이들은 비님을 반기며 비놀이를 했으리라 느껴요.


  나라가 생기고 서울이 커지던 때에도 아이들은 비놀이를 즐겼습니다. 어른도 굳이 비를 가리거나 그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비에 옴팡 젖으면서 마음이며 몸에 깃든 때를 씻는다고 여겼습니다. 아프거나 슬픈 일이 있으면 한참 비를 맞고서 속이 풀릴 때까지 고요히 생각에 잠기기도 해요.


  자동차가 널리 퍼진 뒤부터 비를 꺼렸지 싶습니다. 옷차림이나 겉모습을 따지면서 비를 더욱 싫어하지 싶습니다. 고작 쉰 해도 안 되는 사이에, 얼추 서른 해 즈음 지나는 동안 비님은 ‘님’이란 이름을 잃고 ‘비놈’이나 ‘비년’이 되어 버립니다. 날씨를 알리는 이들은 일본 말씨인 ‘게릴라성 호우’를 끌어들이더니 요새는 ‘물폭탄’이란 무시무시한 말까지 지어서 퍼뜨려요.


  큰비가 반가이 내리는 날씨에 두 아이하고 순천마실을 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비놀이도 즐기지만 우산놀이도 즐겨요. 저는 비가 오는 날에 따로 우산을 안 챙깁니다. 비가 뿌리면 고스란히 맞고, 비가 그치면 구름하고 햇살을 바라봅니다.


  마을책집 〈책방 심다〉에 닿으니 그림책 《세상 끝까지 펼쳐지는 치마》(명수정, 글로연, 2019)에 담은 그림을 죽 펼쳐서 선보이는 자리가 눈에 뜨입니다. 그림책으로 보아도 산뜻하고, 그림을 하나씩 따로 보아도 상큼합니다. 이처럼 아리따운 치맛자락이지요. 이렇게 온누리를 포옥 감싸는 치마예요.


  제주 이야기를 담은 잡지 《iiin》(재주상회) 22호(2019 여름)를 살핍니다. 그동안 마을책집 여러 곳에서 얼핏 보기는 했지만 골라든 적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스물두걸음을 뚜벅뚜벅 걸은 모습이 대견하구나 싶습니다. 마을에서 길어올리는 이야기로 마을책이 될 꾸러미를 이렇게 엮어내는 손길이 앞으로도 고이 이어가겠지요.


  아이들하고 거닌 냇가 이야기를 담은 《섬진강》(윤보원, 구름마, 2018)을 읽고, 큰아이더러 읽으라 할 《달을 보며 빵을 굽다》(쓰카모토 쿠미/서현주 옮김, 더숲, 2019)를 살핍니다. 큰아이는 빵굽기하고 케익굽기를 어머니한테서 배웠어요. 빵이나 케익이 먹고 싶으면 ‘우리 집 빵’이나 ‘우리 집 케익’을 굽습니다. 빵이나 케익이 되어 주는 가루에 어떤 손길하고 빛을 담으면 한결 즐거울까 하는 이야기를 이 책으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중에는 굳이 책이 아니어도 스스로 알아차리고, 별빛이며 바람이며 해님을 스스로 고이 버무려 빚을 테지요.


  책집마실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빗줄기는 시원합니다. 이 빗줄기를 하나하나 느끼면서 우리 몸을 이루는 물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물하고 어떻게 섞이려나 하고 헤아립니다. 가만 보면, 우리 몸도 밥도 모두 물이요, 빗물도 냇물도 바닷물도 모두 물입니다. 이웃 목숨도 물이며, 풀이나 나무도 물이에요. 오롯이 물로 어우러지는 지구라는 별이지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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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2019-09-10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방심다에 가본적 있어요. 그림책이 많아서 좋았지요. 글 잘 읽었습니다~^^*

숲노래 2019-09-10 09:23   좋아요 0 | URL
이 가을에
책방심다에서
‘동시그림잔치‘를 해요.
즐겁게 새로 나들이를 누려 보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