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꽃



 쓰사살, 안버림, 즐안삶


[물어봅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제로 웨이스트 카페에 가입을 하고 활동을 하고 있는데, ‘제로 웨이스트’는 우리말로 옮기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합니다] 말뜻대로 본다면 “쓰레기 없애기”나 “쓰레기 치우기”가 되겠네요. 이 말뜻 그대로 쓸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온누리에 쓰레기가 없어지기를 바란다면 “쓰레기 없애기”를, 온누리에 있는 쓰레기를 치우기를 바란다면 “쓰레기 치우기” 같은 이름을 쓰면 되어요.


  그런데 이 이름으로는 아무래도 수수하구나 싶어서 다른 이름을 찾아볼 수 있어요. 어느 분은 수수한 그대로 좋아서 수수한 이름을 쓸 만하고, 어느 분은 좀 남다르면서 도드라지는 이름을 쓰고 싶을 만해요. 그래서 수수한 이름 말고 다른 이름도 생각해 볼게요.


 쓰레기 살리기. 쓰레기에 새 숨결을. 쓰레기를 사랑으로 살려쓰기


  쓰레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쓰고 남기에 쓰레기일 뿐입니다. 쓰고 남은 것은 저절로 흙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숨결로 피어나요. 자, 나무를 헤아려 봐요. 숨을 다해서 마른 나뭇잎은 가지에서 톡톡 떨어집니다. 가랑잎이란 무엇일까요? 언뜻 보면 쓰레기이지만, 가랑잎은 흙을 살찌워 나무를 새롭게 북돋우는 구실을 합니다. 그러니까 ‘쓰레기’란 이름이 붙는 것은 우리 살림터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숨결이나 바탕인 셈입니다. 이를 생각하면 “쓰레기 살리기”나 “쓰레기를 사랑으로 살려쓰기”나, 이를 줄인 ‘쓰사살’ 같은 이름을 쓸 수 있어요.


  ‘제로 웨이스트(zero-waste)’를 더 생각해 볼게요. 사람들이 ‘제로 웨이스트’를 한다면서 펴는 다짐을 살피니 “환경보호·되살림·다시쓰기·플라스틱 줄이기”, 이쯤으로 간추릴 만해요. 이런 네 가지는 무엇을 쓰거나 다루거나 장만할 적에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이라고 할 만해요.


  몇 가지로 새로 간추려 볼게요. “버려지지 않도록. 버리지 않기. 쓰레기 줄이기. 쓰레기 없애기.” 이렇게 간추리면 어떤 이름이 어울릴 만한가를 짚기에 좋아요. 이 다짐을 바탕으로 “안 버리기·안 버려요” 같은 이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널리 말할 만한 이름이라면 ‘안버림’처럼 짧게 붙여서 쓰고, ‘안버림삶’이나 ‘안버림살림’처럼 뒷말을 붙여도 되어요.


  즐안삶. 즐안살림. 즐안길


  그런데 어떤 물결이든 일부러 하려면 힘들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좋은 뜻이라 하더라도 ‘좋은 뜻만 너무 앞세우’면 좀 벅차거나 힘이 빠질 수 있어요. 그래서 ‘제로 웨이스트’라는 물결에서도 ‘즐겁게 하자’는 마음을 담으면 한결 나으리라 여겨요.


 즐안삶 :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즐겁게 안 쓰는 삶 + 쓰레기가 없도록 즐겁게 안 버리는 살림

 즐안날 :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즐겁게 안 쓰는 날 + 쓰레기가 없도록 즐겁게 안 버리는 날


  ‘즐’을 앞에 넣으면 어떨까요?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즐겁게 안 쓰는 삶, 쓰레기가 없도록 즐겁게 안 버리는 삶, 이렇게 해보아도 돼요. 오래오래 즐겁게 푸른길이며 푸른삶을 지으면 좋겠지요.


  어떤 영어를 어떤 한국말로 ‘고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아니라, 어떤 새로운 살림을 어떤 새로운 마음으로 ‘담아내어 새롭게 지으면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먼저 수수한 이름으로, 이다음에는 즐거운 이름으로, 이러면서 뜻있고 사랑스러운 이름을 하나하나 혀에 얹으면 좋겠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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