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오늘은 첫걸음 (2019.7.18.)

― 서울 〈이후북스〉

서울 마포구 서강로11길 18

https://www.instagram.com/now_afterbooks



  오늘 드디어 〈이후북스〉를 찾아냅니다. 몇 해 앞서 이곳에 들르려고 하다가 골목에서 길을 헤매어 못 들렀습니다. 1995년부터 2003년 가을까지는 서울에서 살았는데, 아무리 서울이란 고장을 떠난 지 열여섯 해가 되었다 하더라도, 서울에서 살던 무렵 날마다 서울 온갖 골목을 두 다리랑 자전거로 헤집으면서 헌책집 길그림을 손으로 그렸던 사람이, 이제는 서울 골목이 도무지 헷갈릴 뿐 아니라, 곧잘 전철마저 거꾸로 타거나 엉뚱한 데에서 내리기 일쑤입니다.


  돌이키면 지난날에는 손전화는커녕 1:10000 길그림조차 없었어요. 더구나 헌책집 정보도 딱히 없었습니다. 스스로 모든 골목을 다 걸어다니고 자전거로 지나가면서 어느 곳에 어느 헌책집이 있는지를 살폈고, 스스로 헌책집 번지수랑 주소를 다 살피고 전화번호까지 챙겨서 전국 헌책집 목록까지 엮어서 2006년에 이 목록을 누구한테나 터놓았습니다. 아무튼 눈감고도 서울 골목을 읽던 사람이 어느덧 서울길은 아주 깜깜합니다. 손전화 길찾기가 없었다면 〈이후북스〉를 오늘도 못 찾았겠다고 느낍니다.


  몇 걸음 나가면 큰길이요, 그 큰길에서 조금 더 나가면 엄청나게 복닥거리는 서울 신촌이라지만, 그 복닥판에서 살짝 물러난 마을책집입니다. 겉으로 보면 고요하지만 막상 책집으로 들어서면 책집으로서 더없이 북적북적합니다.


  그런데 여러 해 만에 이 마을책집을 찾아내어 들어왔어도 머물 틈은 얼마 안 됩니다. 저녁에 볼일을 보러 다시 움직여야 합니다. 오늘은 어느 골목으로 들어와서 어떻게 찾아가면 되는가를, 또 이쪽으로 찾아드는 마을버스는 어디에서 멈추고 어디로 움직이는가를 어림하자고 여깁니다. 이렇게 첫걸음을 했으니 다음에는 수월히 두걸음을 하리라 여기면서 두 가지 책을 손에 쥡니다.


  그동안 미처 장만하지 못한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앤서니 J.노첼라 2세와 세 사람/곽성혜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7)를 쥐고, 《はしぶくろでジャパニ-ズ·チップ》(辰巳雄基


, リトルモア, 2019)를 쥡니다. 젓가락싸개로 새롭게 이야기를 엮은 책이 새삼스럽습니다. 이른바 ‘젓가락 종이싸개’로 즐긴 종이접기라고 할 텐데요, 밥집마실을 다니면서 마주하는 작은 종잇조각을 살뜰히 건사하는 손길이기에 이 손길로 책까지 새로 여미어 내는구나 싶습니다.


  큰손이 아니어도 마을책집을 가꿉니다. 작은손이어도 마을책집을 보듬습니다. 사랑손이 될 수 있다면, 웃음손이나 기쁨손이 될 수 있다면, 누구라도 마을책집을 누리고 아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으로 피어날 만하지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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