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 : 언어가 사라진 세상
앨리너 그래이든 지음, 황근하 옮김 / 검은숲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81 


《밈 : 언어가 사라진 세상》

 앨리너 그래이든

 황근하 옮김

 겊은숲

 2017.11.30.



“너까지가 아니라, 거의 모든 인간들처럼 저 역시 모호한 단어 뜻은 가끔씩 까먹고, 그러니까 찾아보는 거고.” (32쪽)


10년 전인 그때조차 다른 학교의 교수들은 서서히 컴퓨터와 기계로 대체되고 있었다. 밈이 개발된 지금, 아이들은 무엇이든 그저 다운로드 받기만 하면 된다. (44쪽)


그의 말은 수수께끼 같았다. “이제 단어도 그와 같아집니다. 여러분은 모든 단어를 소유하게 될 것입니다. 심지어 찾아볼 필요조차 없을 겁니다.” (313쪽)


“그가 그렇게 심각한 단어 독감을 그렇게 오랫동안 앓았음에도 지금까지 잘 버틴 건, 글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 그건 그저 유아론적인 연습이 아니었어. 그것은 대화였어. 너와의 대화.” (504쪽)



  말이 사라진다면, 삶이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아주 마땅한 소리입니다만, 모든 말은 삶에서 비롯하거든요. 삶이 있기에 말이 있고, 삶이 없기에 말이 없습니다. 삶이 없는 사람은 죽은듯이 살 텐데, 죽은듯이 산다면 말을 할 일도 까닭도 뜻도 보람도 없어요. 곧 ‘삶 = 새로운 말’이요, ‘죽음 = 말이 사라짐’인 셈입니다.


  손으로 짓는 삶이란, 스스로 말을 짓는 삶입니다. 우리 손을 쓰지 않을 적에는 우리 스스로 누리는 삶이 없는 셈이니, 우리가 오늘을 누리는 모습을 나타낼 말이 없기 마련입니다.


  이는 한국이나 유럽 어디를 보아도 매한가지입니다. 삶이 있을 뿐 아니라, 삶을 두 손으로 지은 수수한 흙사람은 언제나 스스로 모든 말을 낱낱이 즐겁게 지었습니다. 삶이 없이 손가락만 까닥이며 시킨 벼슬아치나 임금이나 힘꾼은, 중국말을 빌려서 썼습니다. ‘내 삶’이 없으니 ‘내 말’이 없기 마련이라, 딴나라에서 말을 빌려서 우쭐거리지요.


  《밈 : 언어가 사라진 세상》(앨리너 그래이든/황근하 옮김, 겊은숲, 2017)은 삶을 기계한테 내주고는 스스로 뭘 해야 할는지 몰라 그저 톱니바퀴가 되거나 노닥거리는 하루가 된 사람들이 스스로 말을 잊거나 잃으면서 무엇을 잊거나 잃는가를 까맣게 모르는 모습을 그립니다.


  생각할 노릇입니다. 스스로 생각하면서 일거리를 짓고 살림살이를 가꾸지 않는다면, 스스로 할 말이 없고, 스스로 펼 이야기가 없습니다. 남이 시키는 대로 일을 하고 돈을 버는 사람이라면 남이 시키거나 펴는 말을 그대로 따라서 씁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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