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48. 꺼꿀ㅅ
글을 어렵게 쓰는 어린이는 없다고 느껴요. 어른 입맛에 맞는 글을 쓰라고 시키면 하나같이 머리를 싸매거나 눈치를 볼 테지만, 스스로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글로 쓰라고 이끌면 어느 어린이라 하더라도 바로 그자리에서 척척 갖가지 글을 써낸다고 느껴요. 어른은 어떨까요? 오늘은 어른이란 몸을 입고 살아가지만, 모든 어른은 어린이로 태어나서 자랐어요. 어른 가슴에는 어린이로 지낸 삶과 숨이 고스란히 흘러요. 아무리 나이가 많은 어른이 되었어도, 일흔이나 아흔 살 어른이라 하더라도, 어린이와 똑같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 멋지거나 좋아 보이는 글’이 아닌, ‘스스로 오늘 하루를 즐겁게 담아내면서 이야기를 펴는 글’을 쓰면 된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른도 어린이처럼 그자리에서 제꺽제꺽 온갖 글을 써내지 않을까요? 대구에서 동시를 쓰는 이웃님을 만났고, 이 이웃님이 선물로 건네는 《브이를 찾습니다》라는 동시집을 읽다가 문득 ‘브이(V)’라는 알파벳을 새롭게 바라보면 재미나리라 하고 느꼈습니다. 경북 구미 어린이를 잔뜩 마주한 자리에서 구미 어린이는 구미 어린이대로 오늘 하루를 쪽종이에 글로 적어 보라고 이야기를 한 다음, 저는 저대로 제 하루를 쪽종이에 ‘꺼꿀ㅅ’이란 이름으로 적어 보았습니다. 가만히 보니 ‘ㅅ’을 뒤집으면 ‘V’가 되겠더군요. 풀개구리 같은 마음이라고 할까요. 뭐든지 거꾸로, 깍꿀로, 뒤집어, 꺼꿀꺼꿀이 되어 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멋집니다. ㅅㄴㄹ
꺼꿀ㅅ
번듯하게 내밀고
반듯하게 허리 편다
그렇지만 깍꿀로 돌며
춤출래
얌전하게 걷고
조용조용 말을 한다
그래도 꺼꿀로 꺼꿀로
뒤로 뒤로 걸을래
미운 낯은 그만하고
찡그린 얼굴 안 한다
그런데 거꾸로 거꾸로
혀 빼족거릴래
두 손가락 찡긋
ㅅ을 뒤집어서
꺼꿀ㅅ을 그리지
나, 멋지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