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서울벌레가 풀벌레로 (2019.1.30.)

― 제주 〈제주풀무질〉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세화11길 8

064.782.6917.



  서울에 책수다를 나눌 일이 있어 마실을 하는 길이었는데, 호미출판사 홍현숙 님이 눈을 감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울에 닿아 우체국을 찾으려고 사십 분 가까이 길을 헤매다가 이 이야기를 듣고는 가슴이 짜르르 울립니다. 여태 짐을 이고 지고 끌며 흘린 땀보다 굵은 눈물방울이 흐릅니다. 책마을 큰누님이 흙으로 돌아가시는구나.


  굳이 스스로 이름을 남기려 하지 않은 홍현숙 님은 책마을에 이모저모 대단한 물결을 일으켰지만, 뒤에서 조용조용 다음 책짓기를 했습니다. 홍현숙 님이 《뿌리깊은 나무》 막내 디자이너로 들어가서 ‘끄레’라는 디자인 두레를 일으켜서 이끄는 동안 어마어마하다 싶은 담배를 태웠다 하고, 마음 맞는 벗님이 있으면 밤을 밝혀서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을 바람에 실어서 하늘로 띄웠다지요.


  이녁 가신 길을 밤새워서 지킨 아침에 갖은 짐을 이끌고서 성균관대 앞으로 갑니다. 이곳에는 이제 명륜동 살림을 접고서 제주로 옮기려 하는 〈풀무질〉이 있습니다. 다만 명륜동에도 〈풀무질〉은 남아요. 이곳을 이어받으려고 하는 젊은 일꾼이 여럿 있다더군요. 〈풀무질〉은 서울살이를 접고 제주로 삶터를 옮긴다고 합니다. 바야흐로 서울벌레가 시골벌레로, 참말로 ‘풀벌레’로 거듭나려는 길입니다.


  《교육사상가 체 게바라》(리디아 투르네르 마르티/정진상 옮김, 삼천리, 2018)를 고르고, 《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인권연대, 철수와영희, 2018)를 고르고, 《골목 하나를 사이로》(최영숙, 창작과비평사, 1996)를 고릅니다. 늘 이고 지고 끄는 짐이 많으니 책 석 자락을 골라도 묵직합니다. 〈풀무질〉이 짐을 옮기는 길에 석 자락 짐을 덜 수 있었을까요.


  겨울에는 겨울을, 봄에는 봄을, 비오는 날에는 비를, 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는 바람을, 오롯이 기쁘게 맞아들일 새로운 풀벌레는 어떤 날개돋이를 할까요. 그리고 서울에서 새로운 서울벌레가 되어 책지기를 맡을 젊은 일꾼은 이곳을 어떤 꿈터이자 사랑터로 지펴 낼까요. 모두 즐겁게 웃는 길을 그려 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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