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47. 홀



  한겨레가 쓰는 말에 ‘한말’, 한겨레가 쓰는 글에 ‘한글’, 이런 이름을 가만히 붙인 옛어른이 지은 ‘닿소리’랑 ‘홀소리’를 생각하면 할수록 재미있습니다. 한자말로는 ‘자음·모음’이지만 한국말로는 ‘닿소리·홀소리’입니다. ‘아들·어미’가 아닌 ‘닿다·홀로’를 붙였어요. 언뜻 보기에 뜬금없다 싶을 수 있으나, 혀에 얹어 말할수록 참으로 멋스러이 붙인, 알맞고 아름다이 붙인 이름이로구나 싶습니다. 닿는 소리인 닿소리입니다. 홀로 내는 소리인 홀소리예요. 이 ‘홀’은 홀로 있다는 자리를 가리킬 적에도 쓰는데, 혼자여서 외롭거나 쓸쓸하다고 하지만, 홀로 있기에 씩씩할 뿐 아니라 가벼워서, ‘홀가분하다(홀 + 가볍다)’ 같은 낱말로도 퍼집니다. 한국말 ‘홀가분하다’는 한자말로는 ‘자유’요, 영어로는 ‘프리’예요. 이러한 ‘홀’은 ‘홀짝’에서도 어울립니다. 하나인 홀이요 둘인 짝입니다. 하나로 오롯이 있는 홀이며, 여럿이 어울리는 짝이에요. 하나로 있으면서 마음이 새롭게 서는 홀이면서, 여럿이 만나면서 새삼스레 피어나는 짝이지요. 차곡차곡 셉니다. 하나둘 세면서 든든히 섭니다. 찬찬히 일어섭니다. 서로서로 돕고 거들고 보태면서 기지개를 켭니다. 홀로 있기에 호젓합니다. 혼자서 한갓지게 하루를 짓습니다. 홀로 해낼 수 있습니다. 혼자 먹거나 입거나 살면서도 신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ㅅㄴㄹ




닿으면서 피어나는 닿소리

홀로 꽃피어나는 홀소리

함께 있어 좋은 짝

하나로 빛나며 고운 홀


혼자여서 무서웁구나

홀로 있지만 노래하며 가네

혼자서 냠냠 혼밥

너랑 같이 짭짭 함밥


같이하며너 가볍게 들고

홀가분하게 하늘 나는 걸음

나란히 나란히 나비 날갯질

혼잣말 혼잣손 혼잣몸 혼잣길


바다에 덩그러니 홀로섬

갖은 바닷새 찾아와 엄마섬

두 손으로 거뜬 홀로서기

어깨동무 새로워 같이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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