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 43. 치마



  아침에 길을 나서며 여느 날처럼 치마바지를 두릅니다. 겉으로는 치마요 속으로는 바지라 ‘두른다’는 말은 알맞지 않습니다만, 그냥 두른다고 말해요. 막상 이 치마바지를 입으려면 두 발을 꿰어야 하거든요. 저는 치마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데, 저를 쳐다보는 사람들은 으레 ‘치마를 입었네?’ 하고 여깁니다. 속에 바지가 깃든 줄 헤아리지 않습니다. 속에 바지가 있다고 알려주어도 겉보기로 치마이니 그냥 치마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겉보기로 그러려니 여기는 분들 눈길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다고 느낍니다. 그분들 겉보기일 뿐, 속내를 밝히거나 가르쳐 주어도 못 받아들인다면, 이런 눈길이 얼마나 어울리거나 옳거나 즐겁거나 아름다울까요? 사내처럼(?) 생긴 가시내가 있고, 가시내처럼(?) 생긴 사내가 있다고 해요. 겉모습이나 겉보기로는 무엇을 알 만할까요? 목소리가 거친 가시내가 있고, 목소리가 나긋한 사내가 있어요. 겉듣기로는 무엇을 읽을 만할까요? 허울이 좋은 이름으로 거짓장사를 하는 이가 있고, 껍데기만 그럴싸한 글을 써서 돈장사를 하는 이가 있어요. 우리는 이 겉치레를 알아차리기도 하지만 속기도 하고, 속은 줄 알아도 못 벗어나기까지 합니다. 무엇이 겉이고 속일까요? 무엇이 참이고 거짓일까요? 치마나 바지라는 옷을 두른 몸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 몸이 감싼 넋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몸에 깃든 넋은커녕, 몸이 두른 옷부터 눈에 들보를 쓴 채 참모습하고는 동떨어진 곳에서 헤매는 오늘은 아닐까요? ㅅㄴㄹ 



치마


튀어서 묻거나 얼룩 안 지게

앞치마를 두르고서

그림을 그리거나 놀거나

밥을 짓거나 일하거나


햇볕 바람 세기에

해가리기 바람가림으로

머리에 쓱 둘러

사뿐가뿐 다니지


쉬를 못 가리는 아이는

웃옷 한 벌 씌우고

샅이 시원하도록

가볍게 뛰어놀아


꿰는 아랫옷인 바지

두르는 쓰임새인 치마

발에는 버선

머리에는 따로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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