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
김준호 지음 / 따님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 책이름 : 사람과 자연
- 글쓴이 : 김준호
- 펴낸곳 : 따님(2001.5.20.)
- 책값 : 6800원


 익산에 사는 할머님 한 분이 보내준 된장과 간장으로 밥을 해먹습니다. 요 된장을 풀어서 끓이면 어떤 찌개든 맛깔스럽다고 느낍니다. 다른 간은 안 합니다. 된장만 반 숟가락 풀어서 국수를 삶거나 버섯찌개를 합니다. 김치나 감자나 빨간무나 호박 들을 두루 넣어 섞어찌개를 할 때도 있고요. 익산 할머님이 보내준 된장은 당신이 콩씨까지 하나하나 가려서 심고 풀약이나 비료를 하나도 안 쓰고 길러서 거둔 뒤, 손수 삶은 다음 메주를 띄워서 빚어내었습니다. 손수 띄워서 빚은 된장을 나날이 먹는 밥으로 먹어 보기는 스무 해 만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열서너 살 나이 때까지는 집에서 어머니가 손수 된장과 간장과 고추장을 담그셨거든요. 문득, 그때는 그 된장과 간장과 고추장만으로도 밥 한 그릇 맛있게 먹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  우리는 국토 면적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자연을 개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지만, 국토 면적이 좁을수록, 또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더 자연보존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보존되어 온 자연마저 개발한다면 장차 이 땅에는 손바닥 만하게 보존된 자연마저도 영원히 사라져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즈음 들어 자연보호와 자연보존을 혼동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자연보호만이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개발만 하려는 생각이 판을 치게 되었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  〈145쪽〉


 오랜 술동무 하나가 힘겹게 몸앓이한 끝에 아들아이 하나를 낳았습니다. 저저번달에 돌잔치를 했고, 저번달에 그네가 사는 동네로 찾아가서 저녁을 함께 먹었습니다. 집에서 손님 대접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 그네 식구가 자주 찾는다는 오리고기집에 갔는데, 오리고기집은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논 한복판에 있습니다. 오리고기를 얻어먹으며, ‘어떻게 논 한복판에 오리고기집을 차릴 생각을 다했을까?’ 싶었습니다. 김포공항 둘레에는 아직 논밭이 조금 남아 있는데, 이 논밭은 머지않아 모두 갈아엎고 높은 아파트를 올린다고 합니다.

 농사짓는 분들로서는 곡식 거두어 보았자 돈이 안 되고 빚만 되니까, 그 땅이나마 좋은(?) 값에 팔아 딴 데로 떠나거나 고기집 장사를 하는 편이 살림살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까요. 재개발업자는 공사 한 건 얻을 테니 돈방석에 앉을 테고, 시나 구에서는 세금을 더 많이 거둘 수 있으니 공사업자와 어깨동무를 하고 힘껏 재개발에 나설 테지요. 논밭 둘레 높직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자기네 아파트 옆에 논밭보다 높직한 아파트가 나란히 서 있어야 집값이 올라 돈을 번다고 생각하겠지요.


.. 큰 도시가 생기고 생활환경이 열악해짐에 따라 식물은 일방적으로 수난을 당하게 되고, 사람의 마음은 자꾸 황폐해지고 있다. 무엇이 사람과 식물을 이간질하는지 모르는 사이에 둘 사이가 멀어지기만 하는 것 같다. 옛날에는 숲이 바로 안식처였고 생활 터전이었다. 사람은 메마른 마음을 살찌우려고 정원을 만들고 공원을 꾸민다. 정원은 각 민족의 오랜 정서를 모은 자연의 축소판이다 ..  〈67쪽〉


 도시개발 하는 모습을 보면, 여태까지 고이 이어오던 산을 깎고 들을 뒤집어엎어 시멘트로 바른 뒤 아파트를 세웁니다. 그리고 나서 흙을 퍼 오고 나무를 사 오고 꽃을 심고 하며 ‘근린공원(‘근린공원’이란 “가까이 있는 공원”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아파트 재개발을 한 곳에 가까이 마련한 공원이란 소리입지요)’을 조그맣게 만듭니다. 처음부터 재개발을 할 때 숲과 산과 들판을 고이 지키면서 ‘사람 살 집’만 알맞춤하게 지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모두 때려부수거나 갈아엎은 뒤 돈으로 바릅니다. 그리하여, 뒷날 ‘이번에 새로 지은 아파트’가 낡았다고 여겨지는 스무 해나 서른 해쯤 뒤에는 아파트뿐 아니라 아파트 옆에 있던 근린공원마저도 똑같이 허물고 부수고 새 아파트를 올린 뒤 새 근린공원을 만듭니다.

 있는 것을 지키거나 가꾸기보다, 있는 것을 부수고 새로 만들어야 돈이 된다고 하는 요즘 세상이라서 이렇게 돌아갈까요. 그러면 그 돈이란 어디에서 나오고, 이 돈은 어디에 쓰일까요. 이 돈은 밑도 끝도 없이 샘솟기만 할까요. 돈은 샘솟아도 돈을 쥐고 있는 사람이 숨을 쉴 수 있는 곳, 물을 마실 수 있는 곳, 아늑하게 깃들 수 있는 곳이 다 파헤쳐지거나 무너진 뒤에는 어찌 될까요. 오늘은 4월 5일, 박정희 독재자가 세운 ‘나무심는날’입니다. (4340.4.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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