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의 말들 -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문장 시리즈
엄지혜 지음 / 유유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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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79


《태도의 말들》

 엄지혜

 유유

 2019.2.4.



인터뷰하며 감동하는 순간은 상대가 내 질문을 진심으로 경청할 때다. 다소 식상한 질문에도 최선을 다해 답하는 인터뷰이를 보면, 정말이지 더 잘 쓰고 싶다. (10쪽)


글과 사람은 굉장히 닮아 있기도 하고, 전혀 다르기도 하다. (15쪽)


친구를 위로하겠다고 메일을 썼는데, 내가 더 큰 위로를 받았다. 어쩌면 내가 위로받고 싶어 쓴 메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143쪽)


나와 아무리 맞지 않는 사람이라도 장점이 하나도 없을 수는 없다. 내가 애써 안 보고 싶을 뿐,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153쪽)



  이야기마실을 하러 서울로 가는 길에 수원에 살짝 내려 〈마그앤그래〉라는 마을책집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이때에 《까마귀 책》이라는 책을 만났고, 일본은 까마귀를 몹시 아끼면서 마을 어디에서나 쉽게 본다고 하니 이런 책도 나올 만하겠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인천하고 서울에서 살 적에는 까마귀를 본 일이 드문데, 고흥에서 살며 까마귀를 으레 봅니다. 가을겨울에 가장 자주 보는데, 이제는 봄여름에도 흔히 봐요. 더구나 이 까마귀가 우리 집을 찾아옵니다.


  까마귀는 봄철에는 그냥 우리 집 큰나무에 앉아서 노래하다가 떠나고, 여름철에는 뽕나무에 여럿이 모여 오디를 나누어 먹습니다. 사람 발자국을 느끼면 이내 천천히 날갯짓을 하며 달아나지만, 때로는 우듬지에서 까마귀가 놀고, 나무 곁에서 우리가 오디를 훑기도 해요. 가을철이면 무화과나무로 찾아와서 같이 무화과를 누리지요. 곁에서 마주하는 까마귀 이야기를 책으로도 새삼스레 들추니 한결 재미나다고 느낍니다.


  《태도의 말들》(엄지혜, 유유, 2019)을 읽으며 여러 소설가 모습을 그립니다. 저는 사전이란 책을, 더구나 한국말사전이란 책을 쓰니, 이 일을 같이하는 이웃을 아예 볼 일이 없습니다. 한국에서 사전 쓰는 사람은 손가락에 꼽도록 드물거든요. 사전 뜻풀이를 동시처럼 쓰니 동시도 덩달아 쓰지만, 그렇다고 동시를 쓰는 이웃을 만나지도 않습니다. 어른시이든 동시이든 글벗은 으레 큰도시에서 사니까요.


  소설을 쓴다는 글벗을 만난 일이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작은 책을 손에 쥐면서 이 소설가는 이런 몸짓이고 저 소설가는 저런 말짓이네 하고 어림합니다. 누리책집에서 여러모로 글벗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갈무리하는 일을 맡는 분이 엮은 책이라, 여느 때에 만날 수 없는 숱한 사람들 글살림을 슬쩍 엿보기도 합니다.


  《태도의 말들》을 쓴 글님은 글벗을 마주할 적에 무엇보다 ‘몸짓(태도)’을 눈여겨본다고 합니다. 책을 덮고서 스스로 돌아봅니다. 저는 이웃이나 글벗을 만날 적에 어떤 모습을 눈여겨보려나 돌아보니, 딱히 아무것도 안 봅니다. 겉모습도 몸짓도 옷차림도 생김새도 살피지 않고 따지지 않으며 헤아리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하나가 있다면, 아무래도 이웃이나 글벗 입에서 흐르는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눈을 감고서 ‘목소리에 얹힌 이야기’에 얼마나 이녁 삶하고 사랑을 담았나 하는 한 가지만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남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이야기를 남 목소리 아닌 우리 목소리로 들려줄 수 있다면, 이 하나로 넉넉하다고 여깁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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