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화보
오사다 카나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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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92


《행복화보》

 오사다 카나

 오경화 옮김

 미우

 2019.3.31.



  밥 한 그릇이 손맛인 줄은 처음부터 알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이 ‘처음’은 언제인지 아직 가물가물합니다. 어머니가 물린 젖이 처음일는지, 어머니 몸에서 차츰 자라던 씨앗이던 제 몸이 처음일는지, 우리 어머니하고 아버지한테 찾아가려고 온누리를 떠돌다가 빙글빙글 웃으면서 사뿐히 내려앉은 때가 처음일는지 모르겠어요. 떠올리려고 하면 이른바 ‘세포가 갈리던’ 몸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두 아이 어버이로 살아가는 오늘도 나입니다만, 아기로 어머니 품에 안기던 어제도 나요, 작은 씨앗이던 지난날도 나일 테니까요. 우리가 마시는 물도 매한가지예요. 흐르는 물이든 갇힌 물이든 빗물이든 바닷물이든 모두 하나예요. 이 같으면서 다른 물은 온누리를 빙빙 돌며 우리 몸이며 푸나무 몸이며 새나 풀벌레 몸을 이룹니다. 짤막짤막 이어지는 조각얘기를 맞붙인 《행복화보》는 모든 삶이나 살림은 혼자 이루지 않는다는 대목을 넌지시 비춥니다. 입에 맞든 안 맞든 모든 밥이란 손으로 지을 뿐 아니라, 하루를 오롯이 바쳐서 이룬다는 대목을, 아이를 아끼고 어버이를 지켜보는 눈빛도 언제나 모두 사랑이라는 숨결을 들려주지요. 일본말 ‘행복화보’란 한국말로는 ‘기쁜그림’입니다. 즐거운 빛입니다. 사랑노래이지요. ㅅㄴㄹ



“네 엄마 요린 맛없지. 뭔가 일찌감치 손을 쓰지 않으면 내 몸도 배겨내지 못할 거다. 하지만 스스무, 요릴 하는 데에 소모하는 시간은 그걸 만드는 사람의 수명의 일부란다. 네 엄마가 너와 날 위해 기꺼이 써준 생명을 소홀히 할 순 없잖니.” (20∼21쪽)


“시시하네.” “뭐?” “뭐 얼매나 재미난 얼굴인가 했더이만, 눈 좀 파란 게 전부 아이가?” “그건…….” “내는 최근에 여그로 이사 왔는데, 학교에서 말투가 이상하다가 막 무시하는 기라. 근데 인자는…… 그딴 것 신경쓰는 게 바보스럽게 느껴진다카이.” (52쪽)


“우메 덕분에 살았네. 설마 그렇게 떡방아를 잘 찧을 줄이야. 힘이 장사였어. 여학교 들어간 뒤로 내숭쟁이가 돼서 깜빡 잊고 살았는데, 10살 때 쌀가마니 짊어졌던 아이였지.” (102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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