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스스로 꾸준히 - 석초 스님이 자연에서 배운 인생 법칙
석초 지음 / 스토리닷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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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77


《사계절 스스로 꾸준히》

 석초

 스토리닷

 2019.3.15.



저는 비를 좋아합니다. 우선 비로 인하여 하늘과 땅이 이어지니 이때가 하늘과 땅이 만나는 경이로운 날입니다. (13쪽)


기독교의 누가복음을 보면 하늘나라는 내 안에 있다고 했습니다. 불교에서는 마음을 깨치면 그대로 극락이라 했습니다. (15쪽)


목련나무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목련꽃이 되고, 철쭉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철쭉꽃이 되고, 장미꽃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장미꽃이 되고 …… (70쪽)


태풍에도 끄떡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바닥에 나 있는 연약한 풀입니다. (82쪽)


사람들은 때로 부자 부모를 부러워하지만, 자기를 잘 이끌어 주는 부모님이 계시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요. (139쪽)


태산같이 쌓인 일도 여러 사람들의 손길이 닿으면 어느새 마무리가 됩니다. 손길이라는 것이 황무지도 꽃을 가꾸어 길을 만들면 마음길이 열려 발길을 닿게 합니다. (186쪽)



  비를 모를 적에는 비가 왜 오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비를 모를 적에는 비가 안 온대서 서운해 하지 않습니다. 비를 모를 적에는 비가 온대서 반기지 않습니다. 비를 모를 적에는 빗물이 어떻게 내려서 이 땅을 적시는가를 하나도 안 쳐다봅니다.


  나무를 모를 적에는 나무가 왜 서는가를 알 수 없습니다. 나무를 모를 적에는 서울에 나무가 있든 말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나무를 모를 적에는 숲을 밀어 고속도로를 내거나 골프장을 세우거나 관광지를 늘리거나 발전소를 올리거나 새도시를 키우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입니다.


  해를 모를 적에는 햇빛도 햇볕도 햇살도 알 수 없어요. 아침에 해가 뜨는지 저녁에 해가 지는지 쳐다볼 일도 없을 테고, 그저 대수롭지 않게 흐르는 나날이 될 만합니다.


  《사계절 스스로 꾸준히》(석초, 스토리닷, 2019)는 스님이라는 길을 걸어가다가 ‘스님’이라는 살림보다는 ‘숲’이라는 살림이 사람들한테 어떻게 스미는가를 문득문득 돌아보면서 곰곰이 헤아린 이야기를 다룹니다. 더 알거나 깊이 깨닫기보다는 철철이 마주해 보자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속속들이 알아채어도 좋은데, 이보다는 봄이며 여름이며 가을이며 겨울을 그 철에 흐르는 바람하고 볕하고 비를 돌아보면서 맞이해 보자는 이야기를 짚습니다.


  오월볕이란 얼마나 고울까요? 오월비란 얼마나 푸를까요? 오월에 싹트는 풀포기는 얼마나 이쁠까요? 오월에 피어나는 꽃은 얼마나 달콤할까요?


  유월도 칠월도 그렇지요. 나무에도 풀에도 꽃이 핍니다. 나무에도 풀에도 씨앗이 맺힙니다. 우리 삶에도 꽃이 피고 씨앗이 맺혀요. 우리 눈에도 삶이 자라고 꽃이 눈부셔요.


  한여름에도 건물에서만 지내면 추울 수 있습니다. 한겨울에도 건물에서만 있으면 더울 수 있습니다. 바람을 같이 쐬요. 해를 같이 먹어요. 비를 같이 마셔요. 풀밭에서 맨발로 같이 춤추고 노래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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