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 38. 모레



  아이들을 이끌고 이웃집에 다녀왔습니다. 이웃집으로 가는 길에 노래꽃을 한 자락 적었습니다. 오늘 하루 무엇을 하는지 돌아보고, 어제하고 모레에는 또 무엇을 하면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니, 저절로 ‘모레’라는 낱말을 바탕으로 때를 매겨 보고 싶었어요. 저는 이런 말을 늘 쓰기에 늘 아무렇지 않은데, 뜻밖에 둘레에서 ‘모레’나 ‘글피’라는 낱말을 처음 듣는다는 분을 꽤 보았어요. ‘그끄제’ 같은 말이 한국말이냐고 묻는 분도 보았고요. 어른부터 이런 낱말을 모르고 안 쓴다면, 아마 뭇아이도 이런 낱말을 듣거나 볼 일도 없겠구나 싶어요. 듣거나 볼 일이 없으면 생각할 일도 없을 테고, 생각할 일도 없으면 쓸 일도 없을 테지요. 우리 마음에 씨앗이 될 말이 깃들거나 흐르지 않는다면 생각이 자라기 어렵습니다. 생각이 자라기 어렵다면 뜻을 펴는 길이 곧잘 막힐 테고, 자꾸 막힌다면서 투정이나 골을 부리기 쉬워요. 말을 알고 생각한다고 할 적에는, 뭇말을 바탕으로 새롭게 꿈꾸고 사랑하는 길을 스스로 찾는다는 뜻입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며 모레를 바라보고 걸을 줄 안다면, 살림하는 기쁨을 스스럼없이 노래하면서 활짝 피어난다는 뜻입니다. 한 걸음씩 걸어와서 오늘이 됩니다. 두근두근하는 가슴을 다독이면서 부풀어오르기에 어제 디딘 발자국이 환하게 깨어납니다. 모레는 먼 앞날일 수 있지만, 코앞에 찾아드는 상냥한 바람 한 줄기일 수 있습니다. ㅅㄴㄹ



모레


그제는 된장국 했고

어제는 미역국 했고

그끄제는 감자국 했고

오늘은 달걀국 했고


어제는 민들레씨 날렸고

그끄제는 바람개비 날렸고

오늘은 머리카락 날렸고

그제는 물방울 날렸고


그끄제는 소꿉을 놀았고

오늘은 염소랑 놀았고

그제는 벌나비랑 놀았고

어제는 다 같이 놀았고


다가오는 날에는

하루 지나고 모레 오면

글피 지나고 보름 되면

또 새로운 재미일 테지


(숲노래/최종규 . 노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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