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값 1만 원

사진 찍어 달라는 일이 들어왔다. ‘청소년 문화’를 사진으로 100장 찍으면 100만 원을 일삯으로 준다는 일감인데, 나라안에서 손꼽히는 언론사에서 돈을 대는 재단에서 들어온 일감인데, ‘장비값 + 필름값 + 교통삯’ 들을 모두 쳐서 100장에 100만 원이라고 한다. 나야 자동차를 몰고 다니지 않지만, 요즘 말하듯 ‘기름값도 안 나오는 일’이라고 할까. 아니, 이 일을 하면 돈이 더 나갈 수밖에 없는 셈이라고 할까. 이 일감을 받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모두들 ‘너무 적은 돈이다’고 말하는데, 일을 맡기는 쪽에서는 ‘우리 살림으로는 더 주기 어렵다’는 말만 한다. 꼭, 칼자루를 쥔 사장님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부리는 듯한 느낌이다. 실랑이를 한참 지켜보다가 칼자루를 쥐신 분한테 넌지시 한 말씀 건넨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한테 버스삯이나 전철삯쯤은 주셔야 옳지 않나요? 한 달에 다문 5만 원씩 쳐서, 여섯 달 동안 30만 원이라도 찻삯을 보태야, 그나마 어느 만큼 보람이 있지 않습니까?” 하고 묻는다. 따지고 보면 한 달 5만 원은 턱도 없는 찻삯이다. 손꼽히는 언론사 돈으로 굴러가는 문화재단 일꾼은 내 말을 듣더니 “그러면 교통비를 포함해서 130만 원이면 될까요?” 하고 묻는다. 어라? 뭔가 받아들일 구석이 있네? 그러나 찻삯을 그만큼 담는다 해도, 일삯이며, 밥값이며 여러 가지를 헤아려야 하지 않나. 그래도 둘레에서는 내가 찻삯 얘기를 해서 고맙다고, 턱도 없는 100만 원에 터무니없는 일을 할 판이었는데 조금이라도 나아졌다고들 말한다. 2008.9.20. (덧말 : 이때에는 이 문화재단 이름을 밝힐 수 없었으나 이제는 말해도 되겠지. 동아일보사가 꾸리는 일민문화재단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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