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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잘못 날아왔다 ㅣ 창비시선 288
김성규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평점 :
노래책시렁 85
《너는 잘못 날아왔다》
김성규
창비
2008.5.30.
한 가지만 잘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할 테고, 한 가지는 도무지 못 보는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만 잘 하는 사람이 참말 있으려나 하고 돌아보면, 좀 아니다 싶어요. 왜냐하면, 다들 숨을 쉬고 물을 마시고 밥을 먹으면서 살거든요. 아니, ‘나는 재주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참으로 아픈 사람’ 말고는 숨도 쉬고 물도 마시고 밥도 먹고 걸어다니고 눈을 떠서 보면서 살아요. 《너는 잘못 날아왔다》를 읽으며 꼭 이렇게 글을 써야 했으려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어머니를 이야기하는 시라고 하면서 “늙고 쪼글쪼글해진 젖가슴을 만지듯”이라 말하는데, 시쓴이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말하는 생각일까요? 언제까지 이 대목에 머무르려 할까요? 시쓴이한테 시를 가르쳤다는 어른(사내란 몸뚱이였을 어른)이 이렇게 써야 시가 된다고 했을까요? 늙고 쪼글쪼글해진 뭔가 보인다면 왜 그 몸뚱이가 보이는가를 깊이 살피기를 바랍니다. 왜 자꾸 겉몸만 보려 하는지, 왜 속마음을 읽는 길하고는 멀어지는가를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잘못 날아온 숨결은 없습니다. 새는 숲에도 둥지를 틀지만 서울 한복판에도 둥지를 틀어요. 어디에 둥지를 틀든 오로지 사랑입니다. ㅅㄴㄹ
늙고 쪼글쪼글해진 젖가슴을 만지듯 / 젓가락으로 살을 집어 / 어머니 앞에 내려놓는다 / 입을 오물오물거리며 물고기를 드신다 // 자기를 꼭 닮은 물고기와 / 물고기는 죽어가며 무슨 말을 나누었을까 (물고기는 물고기와/44∼45쪽)
누나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운다 / 아무거나 때릴 수 있는 게 없을까 / 담벼락에 낙서를 하던 아이들이 / 달아나며 못을 버리고, 금간 항아리 같은 여자가 / 마당으로 걸어들어간다 (하늘로 솟는 항아리/56쪽)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