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아닌 막질

어른들이 ‘갑질’거리니 아이들도 이 말씨를 따라서 쓴다. 그런데 아이들은 ‘갑 을 병 정’이 뭔지 알까? 아이들은 이런 말씨를 둘레에서 듣고 따라쓸 만할까? 바보스러운 짓을 한다면 ‘바보짓·바보질’이라 하면 된다. 멍청한 짓을 한다면 ‘멍청짓·멍청질’이라 하면 된다. 막된 짓을 한다면 ‘막짓·막질’이라 하면 된다. 아이들은 어른들 몸짓에다가 말씨까지 고스란히 배운다. 너랑 나 사이가 아닌 터라, 이를 갑이나 을이란 이름으로 가르니까 ‘갑질’이 되는데, 너랑 나를 아끼는 사이라면 ‘너나들이’가 되고 ‘동무’로 지내니, 바야흐로 ‘어깨동무’를 한다. 막짓이나 막질은 힘센 쪽에서 한다고들 여기는데, 힘센 쪽이라기보다 돈줄을 쥔 쪽에서 한다고 해야 옳지 싶다. 가게에서 누가 막짓이나 막질을 할까? 때로는 ‘손님’이란 ‘-님’이 붙은 이가 한다. 때로는 ‘가게임자’라고 하는 ‘-임자’가 붙은 이가 한다. 어느 한쪽에서만 막짓이나 막질을 하지 않는다. 서로 고운 님이요 임자로 여기지 못하는 마음에서 이런 짓이 퍼진다. 님이자 임자가 아닌, 놈이나 년으로 여기니 막짓에 막질이 된다. 나도 님이고 너도 님이다. 서로 님이다. 남남으로 갈라 년놈으로 삿대질하기에 막짓에 막질이요, 너랑 나랑 사이좋게 하루를 지으면 어깨동무하는 이웃이다. 2019.4.2.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