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5

인천 율목도서관에서 이야기꽃을 편다. 2010년에 인천을 떠나면서 인천사람한테 씨앗으로 남긴 《골목빛》이라는 사진책을 놓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이다. 새삼스럽구나. 2010년부터 예닐곱 해를 인천에서 이 책을 안 알아보았는데, 거의 열 해가 된 이즈음 알아보아 주는구나. 율목도서관에서 이야기꽃을 펴는 터라, 이 율목도서관하고 얽힌 어릴 적 일, 1985년이라는 해에 겪은 일을 넌지시 곁들인다. 율목도서관 책지기님들이 모두 놀란다. 어떻게 그런 일이 다 있느냐 하시지만, 그때에는 그랬다. 1980년대에는 어른들이 어린이를 아무렇지 않게 두들겨패면서 키웠고, 아이들한테 막말이나 거친말도 서슴지 않았다. 게다가 그때에는 도서관에 어린이책을 거의 안 두었다. 이제는 어린이도서관이 따로 문을 열지만, 1980년대에 무슨 어린이책이 얼마나 있었는가. 율목도서관에서 책지기로 일하는 한 분이 “작가님이 동시를 쓰시잖아요. 이런 부탁을 해도 될까 모르겠습니다만, 아직 관장님하고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저희 율목도서관에 애정도 있으시고 하니까요, 새로 개장한 우리 율목도서관에 동시 하나를 써 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도서관 책지기님 말씀을 듣고서 밤에 동시를 하나 쓴다. ‘율목도서관을 기리는 동시’를 “고요”라는 이름으로 한달음에 썼다. 아름다운 고요, 고요로운 사랑, 이곳이 바로 골목마을 인천 율목동에 새롭게 피어나는 도서관하고 어울리는 낱말이지 싶다.


고요 (숲노래 씀)


신명나게 수다잔치 하다가

한 사람이 문득 말을 멈추니

모두 갑자기 입을 닫아

낯설면서 새삼스러운 고요


한 사람 두 사람 열 사람

푹 빠져든 이야기로 날아가며

어느덧 아무 몸짓도 소리도 없이

서로 다른 즐거움 흐르는 고요


고요한 수다판이 되니

개미가 책상 타고 기어가는 소리

나비가 팔랑거리며 내는 소리

아주아주 크게 들린다


고요한 책터가 되니

책이 되어 준 나무가 살던

저 먼 숲에서 찾아든 바람

눈으로 보고 살갗으로 느껴 2018.10.18.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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