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책집

마을마다 책집이 새롭게 문을 연다. 새롭게 문을 열었으나 조용히 문을 닫기도 한다. 그럴 만하지. 모든 가게가 다 장사가 잘 되지는 않는다. 책집뿐 아니라 닭집도 빵집도 매한가지이다. 백화점이나 편의점조차 장사가 어려워 문을 닫기도 한다. 책집이라 해서 문을 닫는 일이 없이 이어가지는 않는다. 마을책집은 말 그대로 마을에서 마을사람이 사랑할 만한 우물가 같은 쉼터이자 책터인 곳이다. 으리으리하거나 널찍널찍한 책집이 아닌,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더 많은 책을 쌓아 놓는 책집이 아닌, 마을에서 마을살림을 사랑하는 사람이 수수하면서 곱게 책으로 삶을 배우는 길에 벗님이 되려고 하는 숲터이자 마음터이다. 마을책집이 빛나는 까닭을 아는가? 마을책집에는 참고서나 문제집이나 교과서가 없다. 자, 보라. 참고서나 문제집이나 교과서가 없으니 책터가 얼마나 눈부신가? 우리 삶에서도 이와 같다. 참고서나 문제집이나 교과서는 안 봐도 된다. 아니, 치울 적에 아름답다. 시험점수를 높이려는 길이 아닌, 살림자리를 빛내려는 길을 가기에 스스로 눈부시기 마련이다. 마을책집은 벽에 그림이나 사진을 붙일 수 있다. 마을책집은 글쓴이나 책낸이 누구나 느긋하게 찾아와서 글벗을 오붓하게 만날 수 있는 도란터나 수다터가 되기도 한다. 하루를 그리는 그림터요, 마을에서 살아가며 짓는 꿈을 함께 글로 담아내어 작은 책으로 새삼스레 엮기도 하는 글터이기도 하다. 2018.12.23.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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