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자네 점집 걷는사람 시인선 1
김해자 지음 / 걷는사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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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59


《해자네 점집》

 김해자

 걷는사람

 2018.4.30.



  비닐집에서 자라는 푸성귀는 빗물이나 햇볕·햇살·햇빛이나 바람을 모릅니다. 거름이나 수돗물이나 난로는 알 수 있지만, 벌나비라든지 새나 개구리도 모르기 마련입니다. 비닐집에서 자라는 푸성귀는 구름이나 눈이나 벼락이나 별도 모르겠지요. 비닐집에서 바라볼 수 있는 만큼 바라보면서 알 테고, 이러한 숨결이 잎사귀나 줄이나 열매에 그대로 스며듭니다. 《해자네 점집》에 흐르는 이야기를 읽습니다. 시쓴이가 스스로 겪거나 부대끼는 이야기를 읽고, 시쓴이를 둘러싼 뭇사람이 저마다 치르거나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읽습니다. 못난 사람 이야기는 못난 대로 아름답습니다. 잘난 사람 이야기는 잘난 대로 곱습니다. 시집 하나를 사이에 놓고서 못나거나 잘나거나 덩실덩실 춤을 추듯 어우러집니다. 오늘 우리가 선 곳이 어디인가 하고 돌아봅니다. 오늘이 지나 모레가 찾아올 적에 어느 길을 걸으려나 하고 헤아립니다. 하늘이 온통 먼지투성이라고들 하는데, 이 땅은 어떤 결일까요? 하늘에 앞서 이 땅이 먼저 먼지투성이가 되었기에 하늘도 온통 먼지투성이 모습은 아닐까요? 우리 스스로 이 땅에 뒤덮고 만 시멘트랑 아스팔트를 걷어내지 않는다면 하늘은 더더욱 뿌연 먼지구름이 되지 않을까요? 꼬리치레도룡뇽이 살 수 없는 터라면, 사람도 살 수 없습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날 만한 터여야 사람도 노래합니다. ㅅㄴㄹ



이래 서로 올려다보이 얼매나 좋노? 쪼매만 기들려보래이, 고마 꽃멍울이 꽃때옷 될 날이 올끼니까네, 뻘소리 치던 그 여자 어느 날은 만만한 내 이름 두 자 빌려 돌라더니, 걸어 댕기는 점집을 차리고 말았으니 그 이름하야 해자네 점집이라 카더라 (해자네 점집/47쪽)


소녀가 채 되기도 전에 나는 소녀가장, 바보 같은 장발장, 나는 빵만 훔치지는 않아, 허공을 떠도는 포개지지 않는 입술들,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는 남의 살 내게 필요한 것은, 한 모금의 젖은 술과 함께 젖은 눈물뿐이었네. (여신의 저울/5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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