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반하다 反


 성적은 좋은 데 반하여 → 성적은 좋으나 / 성적은 좋지만

 많이 팔리는 데 반하여 → 많이 팔리지만 / 많이 팔리나

 그가 냉정한 데 반해 → 그가 차갑지만 / 그가 차가워도

 어머니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다 → 어머니 뜻에 어긋나는 짓을 하다

 규정에 반했기 때문에 → 규정을 어겼기 때문에 / 규정에 벗어나기 때문에


  ‘반하다(反-)’는 “1. 반대가 되다 2. 남의 의견이나 규정 따위를 거스르거나 어기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어긋나다’나 ‘거스르다’나 ‘어기다’로 고쳐씁니다. 글 사이나 첫머리에서 앞뒷말을 이을 적에는 ‘-으나’나 ‘-인데’나 ‘-지만’이나 ‘-더라도’로 고쳐쓸 만합니다. ㅅㄴㄹ



이에 반하여 폭동주의자는 대중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따위는 고려치 않고

→ 이와 달리 폭동주의자는 사람들한테 무엇을 가르친다는 생각은 없고

→ 그러나 폭동주의자는 사람들한테 무엇을 가르친다는 생각은 없고

→ 그렇지만 폭동주의자는 사람들한테 무엇을 가르친다는 생각은 없고

《러시아의 밤》(베라 피그넬/편집부 옮김, 형성사, 1985) 43쪽


기억된 이미지가 연속된 경험의 찌꺼기인데 반해 사진은 어떤 단절된 순간의 모습을 그대로 인용해 오는 것이다

→ 담은 그림이 이어진 삶이 남긴 것이라면 사진은 어떤 끊어진 한때를 그대로 따온다

→ 떠올리는 그림이 잇달은 삶을 그대로 비춘다면 사진은 어느 한때를 끊어서 따온다

《말하기의 다른 방법》(존 버거,장 모르/이희재 옮김, 눈빛, 1993) 88쪽


전후에 시작한 근대적 농업이라고 하는 것은 자연에 반(反)하고 있습니다

→ 전쟁 뒤에 편 새로운 흙짓기라 하지만 숲을 거스릅니다

→ 전쟁 뒤에 편 새로운 흙짓기라 하나 숲을 망가뜨립니다

→ 전쟁 뒤에 편 새로운 흙짓기라 하는데 숲을 어지럽힙니다

→ 전쟁 뒤에 편 새로운 흙짓기라는데 숲을 뒤엎습니다

→ 전쟁 뒤에 편 새로운 흙짓기라지만 숲길하고 어긋납니다

《숲을 지켜낸 사람들》(고다 미노루/장윤·이인재 옮김, 이크, 1999) 33쪽


나의 의지와 계획에 반(反)하여 일이 자꾸 꼬이고

→ 내 뜻과 길하고는 달리 일이 자꾸 꼬이고

→ 내 뜻과 길하고는 다르게 일이 자꾸 꼬이고

→ 내 뜻과 길하고 어긋나면서 일이 자꾸 꼬이고

→ 내 뜻과 길은 아랑곳않고서 일이 자꾸 꼬이고

《자전거 전국일주》(박세욱, 선미디어, 2005) 88쪽


사회정의에 반하기 때문에 당연히 무효가 됩니다

→ 바른길에 어긋나기 때문에 마땅히 안 됩니다

→ 바른길에 짓밟기 때문에 마땅히 안 됩니다

→ 바른길을 거스르기 때문에 마땅히 안 됩니다

→ 바른길에 뒤엎기 때문에 마땅히 안 됩니다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하종강, 후마니타스, 2006) 219쪽


유럽은 그 비의도적 혼입률 허용치가 현재 1퍼센트인데 반해 5퍼센트로 정한 일본은 비교적 느슨하다

→ 유럽은 어쩔 수 없더라도 이제 1퍼센트를 받아들이지만 일본은 5퍼센트로 잡아 무척 느슨하다

→ 유럽은 어쩔 수 없다면 1퍼센트를 받아들이는데 일본은 5퍼센트로 잡아 매우 느슨하다

《녹색의 상상력》(박병상, 달팽이, 2006) 91쪽


연사는 협조적인데 반해 보조자가 통역사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는 경우가 있다

→ 말할 분은 돕는데 심부름꾼이 통역사 앞에 울타리를 칠 때가 있다

→ 이야기할 분은 돕지만 곁일꾼이 통역사 앞에서 막아설 때가 있다

《그녀, 영어 동시통역사 되다》(신자키 류코/김윤수 옮김, 길벗이지톡, 2006) 173쪽


독자 대부분이 어린이인 데 반해 이 작업을 어른(작가)이 하게 된다는 사실에서 모순을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

→ 읽는이가 거의 어린이인데 이 일을 어른(글쓴이)이 하기에 처음부터 어긋날 수밖에 없다

→ 거의 어린이가 읽으나 이 글을 어른(글쓴이)이 쓰니 처음부터 엉킬 수밖에 없다

→ 거의 어린이가 읽지만 글은 어른(글쓴이)이 쓰니 처음부터 꼬일 수밖에 없다

《동화 창작의 즐거움》(황선미, 사계절, 2006) 9쪽


그에 반해

→ 그런데

→ 그러나

→ 그렇지만

→ 이와 달리

→ 거꾸로

《귀소 본능》(베른트 하인리히/이경아 옮김, 더숲, 2017) 209쪽


남성 혐오 표현이 월평균 1∼2회인 데 반해 여성 혐오 표현은 월평균 600∼3000여 회였답니다

→ 남성 밉말이 다달이 1∼2판인데 여성 밉말은 다달이 600∼3000판 남짓이랍니다

→ 남성 삿대말이 한 달 1∼2판인데 여성 삿대말은 한 달 600∼3000판 남짓이랍니다

《이임하의 여성사 특강》(이임하, 철수와영희, 2018) 1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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