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1

이오덕 어른은 금고를 따로 마련해서 이곳에 내용증명 글월을 건사하셨다. 어떤 내용증명인가를 살피니, 출판사에서 판매부수를 속인 짓을 따지는 내용증명에, 그동안 치르지 않은 글삯을 내놓고 이제 책을 절판하라는 내용증명이 여럿 있다. 이밖에 이오덕 어른 일기를 보니 이오덕 어른뿐 아니라 권정생 할배 책을 둘러싸고 이름난 출판사들이 글삯을 떼어먹거나 인지 장난을 으레 저지른 이야기가 흐른다. 어느 출판사는 얼추 2억에 가까운 글삯을 떼어먹었더라. 그렇게 떼어먹은 돈으로 그 출판사는 오늘 어떤 책을 내는가? 2005.2.3.


저작권 2

한겨레신문에서 내 사진을 쓰고 싶다고 연락한다. 사진값은 얼마를 주겠느냐고 물으니 “저희 신문사 사정이 어려워서 사진값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하고 말한다. “사진값으로 1만 원을 줄 수도 있습니다. 1만 원을 줄 돈이 없나요?” “…….” “사진이 좋아서 꼭 쓰고 싶다면 사진값을 치러야겠지요. 한겨레신문에서 일하는 분들은 자원봉사로 일삯 안 받고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서 신문을 내나요?” “…….” “사진값으로 1만 원도 내지 못하는 신문사라면 그만 문닫는 길이 낫지 않을까요?” “그거는 좀.” “제가 기자님이라면 제 주머니에서라도 1만 원을 꺼내서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그 대신 밥이나 한끼 사겠습니다.” “아이고, 밥 사지 마시고요, 그 돈으로 사진값 1만 원을 치르면 되지 않나요?” 2005.11.3.


저작권 3

ㅅ출판사에서 책을 낸다는 어느 미술평론가가 나한테 사진 두 자락을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사진을 책에 싣도록 ‘사용권을 빌려주는’ 계약서가 있느냐고 되묻는다. 그런 계약서란 없고, 사진을 ‘그냥 줄’ 수 있느냐고 다시 묻는다. 그래서 ‘내 사진을 어떤 글하고 어울리도록 싣는지, 먼저 글을 보여 달라’고, ‘내 사진이 들어갈 자리에 적힌 글이 먼저 내 마음에 들어야 빌려주든지 말든’지 할 수 있다고 대꾸한다.  덧붙여 그 책에 ‘사진 찍은 사람’ 이름이 제대로 간기에 적히는가를 묻는다. 그런데 그 책에 글쓴이 이름만 들어가고 사진 찍은 사람 이름은 안 들어간단다. 무엇보다 사진값을 치를 수 없단다. 그 얘기에 ‘사진값을 주지 못한다면 책은 주느냐’ 하고 다시 물으니, 사진값도 없지만 책도 안 준단다. 좀 어이없구나 싶어서, 사진 저작권자한테 아무런 권리도 보람도 없는데 사진을 왜 ‘주어’야 하느냐고 물으니, 좋은 뜻으로 좋은 책을 내려고 하니 협조를 바란단다. 그 좋은 책이라면, 좋은 값을 사진저작권자한테 치르고, 성명표시권을 지키고, 종이책으로 나온 결과물을 사진저작권자한테 ‘배포’하여 어떻게 나왔는가를 알려야 하지 않나? 2013.9.1.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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