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 - 정밀화로 그려낸 우리 시대 노동자의 삶, 노동orz
노현웅 외 지음, 이재임 그림 / 철수와영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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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62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

 노현웅·고한솔·신민정·황금비·장수경·임재우 글

 이재우 그림

 철수와영희

 2018.11.3.



최씨가 퇴근하면 아이는 학교에 가고 없었다. 주간조로 근무할 때도 집에 도착하면 밤 10시가 훌쩍 넘었다. 엄마를 찾던 어린 딸은 스무 살을 넘긴 뒤 집을 나가 따로 산다. (57쪽)


고객은 모른다. 전화를 받는 상담원의 연령대가 어떻게 되는지, 누구의 엄마이고 누구의 딸인지. (101쪽)


“사장님은 미안하다면서도 다른 사람 구할 때까지만 일해 줄 수 없겠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때 정이 확 떨어졌죠. 폭력은 문제가 안 되는구나. 알바생만 바꾸면 되는 일이구나…….” (167쪽)


“야, 이 새끼야. 배달이 차로 하나 잡고 달리면 어떻게 해. 갓길로 가∼.” 4월 25일 업장에 김밥을 픽업하려고 직진 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221쪽)



  기자라는 일을 하는 사람은 일을 얼마나 알까요? 정치나 경제나 사회나 문화를 글로 다루어 신문에 싣는 기자라는 사람은 삶을 얼마나 알까요? 기자라는 일을 하기 앞서 우리 터전을 얼마나 헤아리거나 살피거나 배웠을까요?


  고등학교만 마친 채 기자가 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자가 되기 앞서 온갖 곁일을 했다는 사람도 퍽 드뭅니다. 기자라는 이름을 내세워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이모저모 물어보면서 이야기를 담아낸다고 하지만, 막상 기자로 일하기 앞서 그러한 곳에 발을 들였다든지 겪은 일이 없기 일쑤입니다.


  기자로 일하기 앞서 사랑을 해보거나 아기를 낳아서 돌본 적이 있는 이는 몇이나 될까요? 호미질이나 낫질이나 텃밭일을 해본 적이 있는 이는 또 몇이나 있을까요? 신문사는 으레 서울에 쏠리는데 시골살이를 해봤거나 시골이웃이 있는 이는 얼마나 되려는지요?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노현웅과 다섯 사람, 철수와영희, 2018)는 신문기자로 일하던 사람들이 신문기자 이름을 내려놓고 우리 삶터 곳곳으로 파고들어 ‘몸소 곁일(알바)’을 해본 뒤에 이 일살림을 풀어낸 이야기책입니다. 이 책을 함께 쓴 기자는 하나같이 ‘이렇게 몸을 쓰는 곁일을 여태 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들 여러 기자뿐 아니라 다른 기자도 거의 비슷하리라 봅니다. 다시 말해, 일하는 삶이나 사람이나 사랑을 모르는 채 기자가 되어 신문을 낸다고 할 만해요. 사람들 살갗이나 가슴으로 와닿을 만한 몸짓이 아닌 채 신문이나 방송이 흐르는 셈입니다.


  예전부터 곁일을 했다면 이 책에 흐르는 이야기는 모두 알 만합니다. 오늘도 곁일을 한다든지, 가까이에 곁일을 하는 살붙이가 있다면 이 책에 깃든 줄거리는 낱낱이 알 만하지요.


  그런데 신문이나 방송이나 잡지라는 자리는 기자나 작가나 비평가나 교수라는 전문가란 분이 온통 차지하는 터라, 생생한 목소리나 이야기가 안 흐르거나 없기 마련입니다.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는 참으로 보기 드문 책이면서 값진 이야기꾸러미입니다. 누구보다 ‘일을 모르던’ 기자 스스로 일을 몸으로 부대끼면서 새롭게 배운 삶을 하나하나 풀어내요. 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시장이나 군수나 장관으로 뽑히면, 또 기자로 뽑히면, 이들한테 적어도 12달쯤 ‘곁일꾼(알바생)’으로 일하도록 하고서 그 일을 맡기면 좋겠다고. 대통령부터 기자에 이르기까지 그 일을 맡기 앞서 열두 달 동안 열두 가지 곁일을 하면서 ‘일을 배우고, 일하는 이웃을 사귀고, 일하는 살림을 치러’야 이 나라가 비로소 달라질 만하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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