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2
밥찌꺼기라든지 똥이라든지 풋감이라든지, 어김없이 파리가 날아와서 앉는다. 가을에 보면 잘 익은 무화과에도 파리가 같이 달라붙는다. 먹이만 있으면 곧장 알아채어 날아든다. 파리는 똥이나 무화과를 가리지 않는다. 밥이나 찌꺼기를 가리지 않는다. 대단한 목숨이라 할 만하다. 이 땅에는 파리가 있기 때문에 쓰레기나 찌꺼기가 곱게 흙으로 돌아간다고 할 만하다. 고작 스무 날을 살아가는 파리이지만, 그 짧다 싶은 동안 엄청난 일을 해내는구나 싶다. 다만 파리는 사람한테 그리 사랑받지 못한다. 사람한테 쫓겨나거나 맞아죽는다. 때로는 파리끈끈이에 매달려 주렁주렁 죽고, 모진 약물결을 받아 해롱대며 죽는다. ‘파리목숨’이란 말은 참 알맞은 이름이다. 짧은 목숨이요 덧없는 목숨일 수 있으니. “파리처럼 달라붙는다”는 말은 우리 스스로 얼마나 그악스러울 수 있는가를 빗대기도 한다. ‘똥파리’란 얼마나 하찮거나 보잘것없다고 여기는 이름인가. 그러나 더 돌아보면, 똥파리란 똥을 핥아 주기에 들이며 숲을 기름지게 한다. 밑바닥에 내려앉아 똥을 핥는 스무 날이란 짧은 목숨을 바쳐 들이랑 숲을 살찌워 준다. 파리란, 사람한테 귀찮은 녀석일까? 어쩌면 오늘날 사람이야말로 지구라는 별에서 귀찮거나 성가신 녀석은 아닐까? 별 한살이로 볼 적에 고작 백 해를 살아내지 못하며 아옹다옹 툭탁질인 사람이란 녀석은 그야말로 ‘똥사람’일 수 있다. 2019.2.24.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