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읽었으면 못 쓴다
안 읽고서도 쓸 수 있을는지 모르나, 안 읽고서 쓴다면 헛다리를 짚기 좋다. 마음을 안 읽고서 어찌 마음을 안다고 할까. 마음을 읽더라도 찬찬히 삭이고 받아들이고 헤아려야 비로소 그 마음을 밝힐 만하다. 그러나 읽긴 읽었어도 겉만 보았다면, 마음은 읽지 않고 겉모습만 보았다면, 이때에도 읽기라고 할 만할까? 안 읽으면 못 쓰지만, 읽어도 못 쓸 수 있다. 눈으로만이 아닌 마음으로 같이 읽고, 사랑하고 삶으로 나란히 읽으며, 살림에다가 노래로 함께 읽을 적에, 비로소 새롭게 배우는 내가 되어 글 한 줄을 쓸 수 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