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동진 사전은 내려놓을 때

[오락가락 국어사전 32] 참답게 갈 길을 볼 노릇



  ‘노래’란 낱말을 ‘음악’으로 풀이하는 사전입니다. ‘침입·침범·침노’는 돌림풀이로 흐르다가 ‘쳐들어가다’로 풀이하는 사전입니다. 사전풀이를 살피면 매우 엉성해서 사람들이 사전을 멀리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뜻갈래를 제대로 살피고, 바탕말을 옳게 추슬러서 사전이 사전다운 참답게 갈 길을 바라보아야지 싶습니다. 이제는 두동진 사전은 내려놓고 아름답고 알찬 사전으로 갈 때입니다.



소요(所要) : 필요로 하거나 요구되는 바. ‘필요’로 순화

필요(必要) : 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음 ≒ 수요(須要)

요구되다(要求-) : 받아야 될 것이 필요에 의하여 달라고 청해지다



  ‘소요’는 ‘필요’로, ‘필요’는 ‘요구’로, ‘요구’는 다시 ‘필요’로 풀이하는 돌림풀이 사전입니다. 이래서야 세 한자말 모두 오락가락입니다. 한자말을 사전에 실을 적에도 뜻풀이를 옳게 달 노릇입니다. 쉬운 한국말을 살펴서 써야지요. ‘소요’라면 “들거나 있거나 바라는 바”쯤으로, ‘필요’라면 “꼭 있거나 바라는 것”쯤으로, ‘요구’는 ‘바라다’쯤으로 손봅니다.



소요(騷擾) : 1. 여럿이 떠들썩하게 들고일어남. 또는 그런 술렁거림과 소란 2. [법률] 여러 사람이 모여 폭행이나 협박 또는 파괴 행위를 함으로써 공공질서를 문란하게 함

들고일어나다 : 1. 세차게 일어나다 2. 어떤 일에 반대하거나 항의하여 나서다



  ‘들고일어나다’로 풀이하는 ‘소요(騷擾)’라면 “→ 들고일어나다”로 다루면 됩니다.



침입(侵入) : 침범하여 들어가거나 들어옴

침범(侵犯) : 남의 영토나 권리, 재산, 신분 따위를 침노하여 범하거나 해를 끼침

침노(侵擄) : 1. 남의 나라를 불법으로 쳐들어가거나 쳐들어옴

쳐들어오다 : 적이 무력으로 침입하여 들어오다

쳐들어가다 : 적을 무찔러 들어가다



  ‘침입’은 ‘침범’을, ‘침범’은 ‘침노’를, ‘침노’는 ‘쳐들어가다·쳐들어오다’를 뜻한다지요. 이런 빙글빙글 풀이를 살피면 ‘침입·침범·침노’는 “→ 쳐들어가다. 쳐들어오다”로 다루면 됩니다.



대변(大便) : ‘똥’을 점잖게 이르는 말

똥 : 1. 사람이나 동물이 먹은 음식물을 소화하여 항문으로 내보내는 찌꺼기 ≒ 분(糞)·분변(糞便)

뒤 : 9. 사람의 똥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

볼일 : 2. ‘용변(用便)’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

용변(用便) : 대변이나 소변을 봄. 또는 그 대소변



  ‘대변’이란 한자말이기에 점잖을 수 없습니다. 그냥 한자말입니다. ‘대변’은 “→ 똥”으로 다루거나 사전에서 털어내어도 됩니다. ‘용변’은 “→ 똥오줌. 볼일”로 다루거나 털어낼 만합니다.



짐작(斟酌) : 사정이나 형편 따위를 어림잡아 헤아림 ≒ 침량(斟量)

어림 : 대강 짐작으로 헤아림. 또는 그런 셈이나 짐작

어림짐작(-斟酌) : 대강 헤아리는 짐작



  ‘짐작·어림’을 돌림풀이로 다루니 헷갈릴 만합니다. ‘짐작’은 “→ 어림”으로 다루면서 ‘어림’을 제대로 풀이해야겠습니다.



방법(方法) : 어떤 일을 해 나가거나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취하는 수단이나 방식”이라 합니다. 

수단(手段) : 1.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 또는 그 도구 2. 일을 처리하여 나가는 솜씨와 꾀

방식(方式) : 일정한 방법이나 형식 ≒ 법식(法式)

법(法) : 6. 방법이나 방식



  ‘방법·방식·수단·법’ 같은 한자말이 빙글빙글 돌면서 뜻풀이가 엉성합니다. 이래서야 말뜻을 알 길이 없겠지요. 쓰는 자리에 따라 다를 텐데, ‘길·틀·솜씨·꾀·셈·얼개·모습’으로 고쳐쓰도록 이끌면서 뜻풀이를 가다듬어 볼 수 있습니다.



노래 : 1. 가사에 곡조를 붙여 목소리로 부를 수 있게 만든 음악. 또는 그 음악을 목소리로 부름 ≒ 요영(謠詠)

음악(音樂) : [음악] 박자, 가락, 음성 따위를 갖가지 형식으로 조화하고 결합하여, 목소리나 악기를 통하여 사상 또는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



  사전을 보면 한자말 ‘음악’만 ‘음악 전문말’로 다루고, ‘노래’는 음악 전문말로 안 다룹니다. 한국말 ‘노래’가 있으나 한자말 ‘음악’을 높이 여기거나 예술로 삼기 때문이겠지요. 게다가 ‘노래’를 ‘음악’으로 풀이하니 더더욱 엉성한 사전입니다. ‘음악’은 “→ 노래”로 다루고서, ‘노래’ 말뜻을 깊고 넓으면서 제대로 짚어 주면 좋겠습니다.



합치다(合-) :‘합하다’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

합하다(合-) : 1. 여럿이 한데 모이다. 또는 여럿을 한데 모으다 2. 자격, 조건, 뜻 따위에 일치하다 3. [수학] 둘 이상의 수나 식을 더하다 4. [천문] 행성이 태양과 같은 황경에 있게 되다. 내합을 하는 일과 외합을 하는 일이 있다

모으다 : 1. 한데 합치다



  ‘합치다·합하다’는 ‘모으다·모이다’를 가리킬 뿐입니다. 그런데 ‘모으다 = 합치다’로 풀이하니 참 얄궂지요. ‘합치다·합하다’는 “→ 모으다”로만 다루어도 됩니다. ‘모으다’ 뜻풀이는 바로잡을 노릇입니다.



부족(不足) : 필요한 양이나 기준에 미치지 못해 충분하지 아니함

충분하다(充分-) : 모자람이 없이 넉넉하다

모자라다 : 1. 기준이 되는 양이나 정도에 미치지 못하다

넉넉하다 : 1. 크기나 수량 따위가 기준에 차고도 남음이 있다 2. 살림살이가 모자라지 않고 여유가 있다



  ‘부족 = 충분하지 않음’이요, ‘충분 = 모자람 없이 + 넉넉’이라면, ‘부족·충분’은 “→ 모자라다”로 다루면 됩니다. 그런데 ‘충분하다’ 말풀이는 겹말풀이가 되기까지 해요. ‘넉넉하다 = 모자라지 않다 + 여유가 있다”라 적은 말풀이도 겹말풀이입니다. 고칠 곳이 많습니다.



자가당착(自家撞着) : 같은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서로 맞지 아니하고 모순됨 ≒ 모순당착·자기모순(自己矛盾)

자기모순(自己矛盾) :[논리] 스스로의 생각이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아니함 ≒ 자체모순

모순(矛盾) : 1.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

어긋나다 : 1. 잘 맞물려 있는 물체가 틀어져서 맞지 아니하다 2. [식물] 식물의 잎이 마디마디 방향을 달리하여 하나씩 어긋나게 나다 ≒ 호생하다 3. 기대에 맞지 아니하거나 일정한 기준에서 벗어나다 4. 서로의 마음에 틈이 생기다 5. 방향이 비껴서 서로 만나지 못하다

두동지다 : x



  ‘자가당착’을 “앞뒤가 맞지 않고 모순됨”이라 풀이하는데, ‘모순 = 앞뒤 어긋남’으로 풀이하지요. 얄궂습니다. ‘자가당착·자기모순·모순’은 모두 “앞뒤 어긋남”인 셈이니, 뜻풀이를 “앞뒤가 어긋나다”로만 적으면 될 노릇입니다. 이러면서 더 생각해 봐야겠는데, 이 세 가지 한자말은 모두 ‘어긋나다’로만 나타내어도 되지 않을까요? ‘자가당착·자기모순·모순’을 모두 “→ 어긋나다”라고 해도 되어요. 그리고 “두 동이 지다”라는 말이 있어요. 어긋나거나 앞뒤가 안 맞는 모습을 가리키는 오랜 한국말입니다. 이제는 ‘두동지다’처럼 한 낱말로 삼아서 써도 좋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