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 29. 세다
어릴 적부터 매우 여린 몸입니다. 툭하면 넘어져 다치고, 걸핏하면 마을 아이들이나 언니한테 얻어맞아 울고, 뭘 새로 먹으면 배앓이를 하고, 무슨 철만 되면 몸이 달아올라서 앓아누웠습니다. 튼튼하고 싶다는 꿈을 어릴 적부터 그리는데, 어쩐지 튼튼해지지 않아요. 어느 때부터인지 조금씩 깨닫는데, 저만 여린 몸이 아니더군요. 저보다 훨씬 여린 몸인 동무나 이웃이 많아요. 저쯤 되면 꽤 튼튼한 몸이라고, 또 스스로 튼튼몸을 바라고 바라다 보니 어느새 나아진 대목도 있구나 싶더군요. 여린 사람은 남이 가는 길을 안 갑니다. 그 길을 고스란히 따르다가는 지쳐서 쓰러지거든요. 여린 사람은 남이 안 가는 길을 갑니다. 스스로 길을 내며 살아요. 남들 발걸음에 맞출 수 없기에 오직 저 하나만 들여다보면서 새길을 내지요. 자칫 쓰러지지 않도록, 쉽게 지치지 않도록, 섣불리 넘어지지 않도록, 요모조모 살피고 헤아려서 오직 저한테 가장 알맞을 한 가지 길을 찾습니다. 아마 제 몸이 어릴 적부터 튼튼했으면 ‘남이 가는 길을 그냥 생각 없이 따랐’을 수 있다고 여겨요. 그런데 남이 안 가는, 거의 아무도 간 적이 없다시피 한 길을 가노라면, 이 길을 못 알아보는 사람이 있고, 이 길을 하찮게 여기거나 싫어하는 사람도 나옵니다. 저로서는 이런 분을 헤아릴 틈을 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다가는 스스로 지쳐서 나가떨어질 테니까요. 요즈음은 ‘여리지 않은’이 아닌 ‘제대로 센’ 길을 생각해 봅니다. ‘무엇하지 않는’이 아닌 ‘무엇을 하는’을 그리며 ‘세다’를 비로소 배웁니다. ㅅㄴㄹ
세다
아직 나르지 못할 뿐
앞으로는
이 짐도 저 꾸러미도
거뜬히 나르지
엊그제까지 못하던
종이접기를 오늘 했지
보름 앞서까지 모르던
나누기 곱하기 이제 알지
힘이 세다고 하면
스스로 할 줄 알고
동무랑 손잡을 줄 알고
신나게 다룬다는 뜻
여리다고 하면
스스로 하기 벅차지만
차츰차츰 자라고 자라
즐겁게 일어선다는 소리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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