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229. 다들 안다



지켜보면서 살아가면 된다. 서두르려 하면 서두르는 마음이 퍼진다. 섣불리 달려들면 섣부른 마음이 흐른다. 느긋하게 함께 걸으면 느긋한 마음이 스민다. 즐겁게 노래하면서 살림을 지으면 즐겁게 노래하는 살림이 가만가만 녹아든다. 무엇을 가르치느냐는 참으로 대수롭겠지. 그러나 이보다 대수로운 대목이 있으니 어떻게 마주하느냐이다. 아무리 알차거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더라도 어떻게 들려주느냐를 헤아려야 한다. 이리하여 사람들은 서로 옷차림이나 겉모습에 마음을 기울이려 한다. 아무리 속마음이 아름답더라도 ‘어떻게 = 겉차림’으로 여겨 버릇하니까. 이쯤에서 곰곰이 돌아보자. 아무 옷이나 걸치면 안 되는 셈일까? 두 눈을 감고 볼 적에는 무엇을 걸치든 무엇이 대수로울까? 눈으로 보기에 예뻐야 더 맛날 수 있으나, 눈으로 보는 느낌에 속아넘어간다면? 예뻐 보이지만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는 물이 깃들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독버섯이 이와 같겠지. 예쁠수록 섣불리 만지지 말라는 독버섯을 모르는 이가 드물 텐데, 막상 예뻐 보이는 겉모습일수록 그이 마음이 어떠할는지를 살피는 사람도 꽤 드물지 싶다. ‘어떻게 = 겉차림’이 아니다. ‘어떻게 = 마음을 쓰는 숨결’이다. 마음을 쓰는 숨결은 옷차림이나 얼굴이나 몸매나 머리카락이 아닌, 마음으로 바라보고 마주하며 받아들여서 헤아려야 비로소 알 수 있다. 눈을 떠야 할 곳에서 눈을 뜨고, 눈을 감아야 할 곳에서 눈을 감는 길, 이 길이 마음으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살림을 짓는 슬기로운 사람이 물려주고 물려받는 보금자리일 테지. 다들 안다고 하지만 정작 모르는, 다들 얼마든지 알 수 있기에, 두 눈을 제대로 건사할 노릇이라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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