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마지막 낙원 - 아프리카 오카방고 이야기 어린이 환경 다큐멘터리
박복용 사진, 김용안 글, 백남원 그림, 김광근 사진 / 시공주니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숲책 읽기 149


《지구의 마지막 낙원》

 김용안 글

 백남원 그림

 김광근 사진

 박복용 기획

 시공주니어

 2010.11.20.



상류에서 온 모래가 쌓이면 강바닥이 점점 높아지고 파피루스가 자라기 시작하거든. 파피루스가 숲을 이루면 결국 수로는 사라지지. 하지만 하마다 파피루스 숲을 뚫고 자기 마음대로 이동 통로를 만든단다. 하마는 오카방고에 낙서를 하듯 ‘수로’란 작품을 만든 거야. (23쪽)


코끼리 가족이 가는 길은 지난해에도, 그 전 해에도 갔던 길이야. 표지판도 없는 초원에서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은 우두머리 할머니의 뛰어난 지혜와 기억력 때문이지. (56쪽)


태양이 이글이글 온 대지를 태울 것 같아. 입은 바짝바짝 말라 가지. 저기 조그만 물웅덩이가 있네. 세상에나, 코끼리와 사자가 함께 물을 마시고 있어! 둘은 원수처럼 사이가 안 좋은데 말이야. 물은 때로 이렇게 기적을 일으키기도 한단다. (92쪽)



  맨발로 흙바닥에 서면 발바닥에 땅바닥 기운을 천천히 받아들입니다. 겨우내 풀이 잘 시들어서 보드라운 곳이라면 폭신하면서 포근합니다. 사람 발길이 잦아 흙이 드러난 곳은 살짝 시리다 싶지만, 가만히 서면 이내 따스합니다. 폭신하구나 싶은 풀밭은 풀벌레가 매우 좋아합니다. 아니, 폭신한 풀밭은 풀벌레 보금자리요 마을입니다. 어쩌면 풀밭은 풀벌레 나라일 수 있어요.


  사람이라는 눈으로만 보면 풀밭은 하찮은 빈터일 수 있습니다. 사람이라는 눈으로만 다가서면 풀벌레 한 마리 못 볼 뿐 아니라, 사마귀나 메뚜기나 뱀이나 개구리나 무당벌레나 딱정벌레가 징그럽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풀밭은 풀벌레한테 보금자리요 마을이며 나라인걸요.


  《지구의 마지막 낙원》(김용안·백남원·김광근, 시공주니어, 2010)은 이 지구라는 별에서 오카방고라고 하는 숲을 사람 아닌 그곳 숲짐승 살림살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어서 알려줍니다. 이대로 나아가는 물질문명바라기나 서울바라기 아닌, 이 지구라는 별에서 함께 살아갈 이웃 숨결을 헤아리자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숲을 돌보자는 목소리는 ‘환경운동’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숲이라는 터전이 사람한테뿐 아니라 모든 숨결한테 보금자리요 삶자리인 줄 알아차릴 줄 안다면, 우리 마음이 확 깨어날 만하거든요. 숲을 돌보는 길이란 우리 숨결을 돌보는 길이면서, 우리 생각을 새롭게 눈뜨는 길이라고 느껴요. 이때에는 시나브로 이웃사람도 마음으로 마주할 만해요.


  숲을 늘 곁에 두지 않을 적에는 이웃사람도 안 보이기 마련이에요. 숲을 바라보고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 되기에, 비로소 스스로 마음 따뜻한 사람으로 서면서, 이웃도 우리하고 똑같이 마음 따뜻한 숨결인 줄 깨닫지 싶어요. ‘환경운동’ 아닌 숲살림을 아이들한테 보여주거나 들려주거나 가르치는 뜻을 되새깁니다. 지식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 아니에요. 스스로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길을 배우면서 아름답게 피어나기 때문이에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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