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보고 읽을 뿐
아이들한테도 말하고 어른들한테도 말한다. 우리는 서로 마음으로 볼 뿐, 마음 아닌 몸으로는 볼 수 없고 볼 까닭이 없고 볼 일조차 없으며 볼 뜻마저 있을 수 없다고. 글 한 줄을 읽을 적에 눈에 보이는 글씨를 읽는가, 아니면 연필이나 볼펜이나 붓으로 썼는가를 읽는가, 아니면 글쓴이가 이제껏 걸어온 삶으로 지은 살림이 묻어나는 사랑이 흐르는 숨결을 읽는가? 무엇을 읽는가? 책을 손에 쥐어 읽을 적에 책쏜이 이름값을 읽는가, 아니면 책을 펴낸 곳이 얼마나 알려진 곳이라 하는 이름값을 읽는가, 아니면 글쓴이나 펴낸곳 이름값이 아닌 책에 서린 이야기가 얼마나 참답거나 참한 기쁨이 녹아드는 꽃송이인가를 읽는가? 모든 자리 모든 때에 그저 마음으로 보고 읽을 뿐이다. 글을 읽으면서 마음을, 글쓴이 마음을 못 읽는다면 글을 안 읽거나 책을 못 읽은 셈이라고 여긴다. 사람을 만나면서 마음을, 내가 마주한 그이 마음을 못 읽는다면 우리는 사람을 안 사귀거나 못 만난 셈이라고 느낀다. 눈을 가만히 감고서 오롯이 마음으로 마주하며 바라보고 품에 안으려 할 적에 비로소 ‘읽기’이고 ‘쓰기’가 된다고, 나는 이제까지 살며 온몸이랑 온마음으로 느껴서 배웠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