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힘을 다해
온힘을 다해 아침저녁을 차린다. 설렁설렁 차리면 밥상맡에 앉은 사람이 바로 눈치를 챈다. 온힘을 다해 차리는 밥은 수저를 드는 사람이 굳이 눈치를 채지 않아도 한결 느긋하면서 넉넉하게 누린다. 온힘을 다해 아침저녁을 차린 다음에는, 다시 온힘을 다해 부엌을 치운다. 이러고 나면 어느새 기운이 쪽 빠지고 머리가 어질어질. 먹을 때보다 차리고 치울 적에 기운이 더 쓰이지 싶다. 이리하여 요새 늘 생각해 본다. 앞으로 아이들이 손수 밥을 지어서 먹고 치울 줄 안다면, 그때에는 밥은 되도록 안 먹거나 적게 먹으면서 살아야겠다고. 2018년을 돌아보면 보름쯤 밥 없이 지낸 적이 있고, 뒤이어 열흘 즈음, 또 이레 즈음, 닷새 즈음, 서너 날, 하루나 이틀 즈음, 이렇게 밥을 몸에 안 넣은 적이 있다. 밥끊기라기보다 몸에서 바라지 않는다고 여겨 물조차 안 마시며 지내기도 했다. 보름쯤 밥 없이 지낼 적에는 몸이 대단히 가벼웠고, 밥이란 데에 마음도 품도 겨를도 안 들이니 머리가 어찌나 맑고 시원하게 돌아가는지, 아주 재미있었다. 우리는 먹기 때문에 기운이 난다기보다, 먹기 때문에 한결 굼뜨거나 퍼지거나 지치지 싶다. 우리는 먹기 때문에 온힘을 ‘밥하고 치우는 데’에 너무 써 버리지 싶다. 먹지 않아도 즐거운 살림이라거나 적게 먹어도 넉넉한 살림이라 한다면 우리 하루가 얼마나 길고 알찰는지 가만히 그려 본다. 온힘을 다해 밥을 짓는 나날도 나쁘지 않다. 온힘을 다하는 걸음걸이를 잇다 보면, 앞으로 온힘을 다해 꿈을 짓고 사랑을 펴며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나날을 맞이하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