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2.18.


《미추홀 연가》

 정경해 글, 문학의전당, 2012.11.28.



시골에서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저자마실을 다녀오는 길을 헤아려 본다. 마을 앞에서 시골버스를 기다리고, 읍내를 걷고, 짐을 꾸려서 다시 시골버스를 기다려 마을 앞에서 내리고, 집으로 걸어오고, 이러는 길이 짧아도 서너 시간이다. 도시에서라면 저자를 보고 돌아오기까지 한 시간 남짓 걸리겠지. 작은 볼일이라 하더라도 시골에서는 하루가 간다고 할 만하다. 작은아이하고 읍내를 다녀오는 길에 《미추홀 연가》를 폈다. 시를 퍽 빨리 읽어냈다. 쉬워서 빨리 읽었다기보다 인천 여러 마을을 시로 담아낸 글이 그리 가슴에 안 와닿아서 훌렁훌렁 넘어갔다. 시를 쓴 분은 인천 여러 마을, 이른바 송현동이니 만석동이니 화평동이니를 시로 쓰려고 너무 애쓴 듯하다. 그 마을을 몇 걸음쯤, 며칠쯤, 몇 달쯤, 몇 해쯤 머물거나 거닐어 보고서 이런 시를 썼을까? 이 시집에 비평을 붙인 대학교수도 매한가지이다. 문학을 가르친다는 대학교수는 ‘시에 흐르는 인천 여러 마을’을 얼마나 거닐거나 머물거나 살아 보고서 비평을 썼을까? 바람을 마시지 않는다면, 햇볕을 먹지 않는다면, 빗물을 맨살로 맞지 않는다면, 구르는 모래알을 손에 쥐지 않는다면, 골목 곳곳에서 피어나는 들꽃하고 입맞추지 않는다면, 이러고서 시를 써도 좋을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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