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만나는 말



즐겁게 만나는 벗은 얼마나 반가운가! 기쁘게 마주하는 이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네가 나한테 벗이 되고, 나는 너한테 이웃이 된다. 서로 즐거우면서 기쁜 걸음으로 삶을 짓고 싶으니까. 신문이나 잡지나 방송에서 이른바 ‘인터뷰’를 하겠다고 나설 적에도 이런 마음이 되면 사뭇 다르다. 생각해 보라. 그들이 조회수나 시청율이나 판매율을 헤아리면서 인터뷰를 딸 생각이라면 대단히 재미없다. 이때에는 도무지 벗도 이웃도 못 된다. 그런데 그들 아닌 너랑 내가 마주하는 사이로 한 자리에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려고 한다면, 조회수나 시청율이나 판매율이 아닌, 마음하고 마음이 만나서 흐르는 이야기판을 벌이려고 한다면, 이때에는 ‘그들’에서 ‘우리’로 바뀌면서 노상 즐겁게 말을 섞겠지. 기자나 방송작가나 피디나 편집자라는 자리에 있는 이들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넌 나를 어떻게 보니? 난 너를 어떻게 봐야겠니? 네가 나를 찾아오려 한다면 네 손에는 무엇을 들어야겠니? 내가 너를 맞이하려면 나는 이 손을 어떻게 해야겠니? 너는 나한테서 무슨 이야기를 들으면서 네 마음을 북돋우고 싶니? 나는 너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내 살림을 새롭게 가꾸는 슬기로운 사랑을 살찌울 수 있니? 즐겁게 만나는 말일 적에 비로소 ‘인터뷰’이다. 아니, 이런 말 ‘인터뷰’는 집어치우자. ‘만남말’이 되어야지. ‘사랑말’이 되고 ‘벗말’이자 ‘이웃말’이 되어야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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