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마술
나카지마 가즈코 지음, 아키사토 노부코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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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책시렁 194


《마지막 마술》

 나카지마 가즈코 글

 아키사토 노부코 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2004.3.10.



마녀수선화는 계속 기다렸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눈 속에 살며시 피어 있는 수선화 따위를 알아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알아보기는커녕 들토끼와 여유가 서로 다투어 지나갈 때마다 자칫 밟힐 뻔하였습니다. (24쪽)


“여기 긴 나무의자가 하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여기 올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남자아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마녀할머니 곁으로 다가와 앉았습니다. (48쪽)


“어머나, 이런 곳에 나무의자가 있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것 같은데. 참 이상도 하네. 누가 마술이라도 부린 것 같지 뭐야.” (72쪽)


“나, 왠지 이 나무의자가 마음에 드는걸. 내일 또 여기 놀러와야지.” (86∼87쪽)



  저는 자꾸 꿈을 잊습니다. 그리고, 자꾸 새롭게 꿈을 꿉니다. 잊은 꿈은 잊었구나 싶어서 밀치고, 잊은 만큼 새롭게 꿈을 꾸자고 다짐해요.


  그렇잖아요. 잊어버린 꿈을 어떻게든 다시 떠올려도 좋으나, 새롭게 꿈을 꾸어도 좋아요. 이러다가 잊은 옛꿈을 드디어 다시 생각해 내어 이 꿈도 이루겠노라 하고 다짐해도 즐겁습니다.


  어느 모로 보면 두 바퀴로 걷는 길이랄 수 있어요. 하나는, 늘 생각하고 되새기는 꿈바퀴입니다. 다른 하나는, 자꾸 잊어버린 터라 새롭게 지어서 생각하려는 꿈바퀴예요.


  《마지막 마술》(나카지마 가즈코·아키사토 노부코 /김숙 옮김, 북뱅크, 2004)이라는 어린이문학을 가만히 읽습니다. 이 어린이문학에는 마녀가 나오기는 합니다만 그냥 마녀가 아닌 ‘할머니 마녀’요, 더욱이 ‘곧 눈을 지그시 감고서 이 땅 이 삶을 마칠 할머니 마녀’가 나와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 할머니 마녀 같은 자리에 있다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마녀’ 아닌 ‘마남’이어도 좋고, 마녀도 마남도 아닌 수수한 여느 아버지로서 우리 아이들이나 곁님 곁에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한 달 남짓 보내 보았는데, 더 헤아리고 보니, 이런 생각은 이 책을 읽고서 한 달 동안 하던 생각이 아니라, 곁님을 만나고서 열두 해 동안, 큰아이가 태어나고서 열한 해 동안 내내 하던 생각이더군요.


  아이들이 자라서 열한 해가 스물한 해가 되고, 서른한 해가 되고, 마흔한 해가 되면, 또 백한 해나 이백한 해가 되면 어떤 마음이 될까요? 아마 올해에나 이백 해 뒤에나 제 마음은 매한가지라고 느껴요. 저는 제 삶에서 물려주거나 남기고 싶은 일은 오로지 하나입니다. 바로 사랑이에요.


  사랑은 한 가지 모습이 아닙니다. 사랑은 이래야만 하지 않습니다. 늘 즐겁게 노래하기에 사랑입니다. 언제나 활짝 웃고 춤추기에 사랑입니다. 사랑할 적에는 추위도 더위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사랑이란 마음일 적에는 나이가 없고, 가난도 아픔도 슬픔도 없답니다. 마녀 할머니는 드디어 이를 깨달으셨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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