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동네 洞-(洞內)


 동네 사람들 → 마을 사람들

 동네를 한 바퀴 돌다 → 마을을 한 바퀴 돌다

 동네에 소문이 퍼지다 → 마을에 쫙 퍼지다

 동네에서 잔치를 벌이다 → 마을에서 잔치를 벌이다

 동네에서 멀리 떨어져 →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우리 동네에 → 우리 마을에


  ‘동네(洞-)’는 “자기가 사는 집의 근처(<洞內)”라고 하는데, ‘마을’을 가리키는 한자 ‘洞’에 ‘-네’나 ‘-內’를 붙인 얼개입니다. 억지로 지은 낱말이지요. 행정구역을 한자로 적으려고 하던 무렵 엉성하게 태어난 한자말인데, ‘마을’로 손질해 줍니다. 가만히 보면 ‘신림동·용현동·광복동’ 같은 행정구역 이름은 처음부터 ‘신림말·용현말·광복말’이나 ‘신림골·용현골·광복골’이나 ‘신림마을·용현마을·광복마을’이라 해도 넉넉했습니다.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마을’을 “1. 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 2.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 ≒ 마실”로 풀이하지만, 이 말풀이는 낡았습니다.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사람들이 어우러지거나 모인 삶터는 ‘마을’입니다. ㅅㄴㄹ



동네모임인 반상회는 귀중한 사회참여의 장소다

→ 마을모임 반상회는 사회와 함께하는 뜻깊은 데다

《할아버지의 부엌》(사하시 게이조/엄은옥 옮김, 여성신문사, 1990) 78쪽


수단이라는 나라에 이름이 없는 동네가 있었어요

→ 수단이라는 나라에 이름이 없는 마을이 있었어요

《내일을 여는 창, 언어》(실비 보시에/선선 옮김, 푸른숲주니어, 2007) 18쪽


동네 유치원이 사라진 저녁은

→ 마을 유치원이 사라진 저녁은

《소통의 계보》(배재형, 문학의전당, 2012) 46쪽


동네 초등학교에 샛강 하나 흐르고

→ 마을 초등학교에 샛강 하나 흐르고

《훗날 훗사람》(이사라, 문학동네, 2013) 107쪽


동네 사람들이 이제서야

→ 마을 사람들이 이제서야

→ 마을에서 사람들이 이제서야

《여행자의 동네서점》(구선아, 퍼니플랜, 2016) 259쪽


우리 동네 나무들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 우리 마을 나무한테 잘 있느냐 묻습니다

《어서 오세요 베짱이도서관입니다》(박소영, 그물코, 2018) 19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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