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2.4.


《훗날 훗사람》

 이사라 글, 문학동네, 2013.4.17.



나한테 찾아온 곁님은 내가 마음 깊은 자리에 응어리로 처박아 놓았던 ‘사전짓기’라는 길을 끄집어 내라고 일러 주었다. 나는 곁님한테 그대가 가고픈 길을 활개치고 마음껏 가도록 디딤숲이 되겠다고 이야기한다. 곁님이 찾아오고서 찾아온 두 아이는 나한테 ‘스스로 즐겁게 읽을 글’이나 ‘신나게 들을 이야기’를 끝없이 바란다. 아이들한테 갖은 노래를 가락은 살리되 노랫말은 고쳐서 들려주기도 하고, 손수 새 이야기를 짓기도 하면서 자꾸자꾸 새로운 책을 사서 읽는데, 막상 아이들 손에 쥐어 줄 만한 책은 그리 안 많다. 스스로 새 글이나 동시나 책을 꾸준히 쓸 수밖에 없다고 느낀다. 《훗날 훗사람》이라는 시집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이 시집도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하지 않구나. 시집을 또 한 권 읽어냈지만 후련하거나 반갑지 않다. 한국이란 터전에서 살며 시인으로 사는 길이란 다들 고된 듯하다. 또는 멍한 듯하다. 또는 아린 듯하다. 또는 맹한 듯하다. 뒷날 뒷사람을 그리면서 쓰는 글이나 책이나 시는 얼마나 될까. 스스로 어젯사람이다가 오늘사람이 되고 어느덧 뒷사람이 되는 줄 제대로 알아차리면서 가락을 짓고 이야기를 여미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오늘도 옆구리가 몹시 결리다. 누워서 쉴 수는 있는데 혼자서 못 일어난다. 두 아이가 한 팔씩 잡아 주어 일으켜 준다. 이야. 참말 잘 컸구나.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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